"식물서 얻은 헬릭소는 암환자의 활력소"
겨우살이 추출물로 만들어
유럽 처방 1위 항암 보조제
암 세포 억제·면역강화 효과
韓시장은 매년 15~20% 성장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Bringing life to life)'라는 회사의 철학으로 지난 50년간 헬릭소(Helixor) 제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피로감과 무력감을 개선하고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줄여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최우선 목표입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로젠펠트에 위치한 헬릭소 본사에서 만난 마르쿠스 스트루크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지향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1975년 설립된 헬릭소는 설립 5년 차인 1979년 비영리재단 소유로 전환돼 현재 모든 수익이 재단을 통해 비영리 활동에 쓰인다.
헬릭소의 대표 제품은 회사명과 같은 이름의 항암 보조용 주사제 '헬릭소'다. 헬릭소는 전나무, 사과나무 등 나무의 껍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미슬토(Mistletoe·겨우살이) 추출물로 만든다. 미슬토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1500여 개 성분 가운데 미슬토 렉틴 등 일부 성분은 암세포 억제와 면역체계 강화, 통증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민간요법 성격이 짙던 미슬토 요법은 지난 수십 년간 3000여 건의 연구 논문과 160건의 임상시험을 거치며 현재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암 환자 치료 보완 요법이 됐다. 실제 암 환자가 미슬토 요법을 통해 호흡곤란 증상이 35%, 구토 증상은 50%, 통증은 무려 80% 개선됐다는 임상 결과가 확인된 바 있다.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헬릭소는 최근 글로벌 시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암 환자들이 미슬토 요법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 달성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스트루크 CEO는 "지금까지는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식을 활용해왔지만 이제는 미슬토 요법이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국가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라며 "다만 판매 가격을 높여 신규 시장 개척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보다는 시장 자체를 키워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회사의 핵심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슬토 시장의 향후 성장성도 긍정적이다. 헬릭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미슬토 주사제 시장은 3500만~4000만유로(약 500억~570억원) 수준이다. 헬릭소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시장이지만 연평균 성장률이 10~12%에 달할 만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의 경우 매년 25% 가까이 급성장 중이기도 하다. 스트루크 CEO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5년 뒤에는 5000만~6000만유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체 종양학 시장에서 미슬토 요법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1994년부터 헬릭소 주사제가 사용되고 있다. 한국은 헬릭소 주사제가 판매 중인 70여 개국 가운데 매출 기준으로 독일에 이어 둘째로 큰 시장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 헬릭소에서도 특히 주목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스트루크 CEO는 "한국 미슬토 요법 시장은 매년 15~20%가량 성장하는 추세"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헬릭소의 뒤를 이어 압노바(Abnoba), 이스카도(Iscador) 등 3개의 미슬토 치료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경쟁 제품의 등장은 한국에서 미슬토 시장이 한층 성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게 스트루크 CEO의 설명이다. 그는 "경쟁사의 진출로 미슬토 활용이 늘면서 한국 내에서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기도 했다"며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보조 요법을 넘어 일반 치료 요법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헬릭소는 냉장 보관을 요하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1~30도에서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 또 1~100㎎ 내에서 용량이 7단계로 세분화돼 환자 상태에 맞춰 용량을 조절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는 요소로 꼽힌다.
[로젠펠트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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