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들썩이는 野 계파 갈등…비명계 `원칙과 상식` 금주 출범
12월까지 당내 변화 촉구…사실상 李 사퇴 요구
소속 의원은 한자릿수, 대안도 부재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기획단과 인재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나선 가운데, ‘비명(非이재명)계’는 사실상의 계파 분리를 선언하며 독자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12월 말까지 지켜보겠다며 시한도 통보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금주 중 출범한다. 이 모임에는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가나다 순) 민주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비명계 모임으로 분류됐던 ‘민주당의 길’에서 계파색을 강화한 모습이다. 당초 이 모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에 “저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1년 전 ‘반성과 혁신’ 모임, 그다음 ‘민주당의 길’ 이런 것을 했었는데 (이건) 말 그대로 회원단체가 아니고 공부하는 모임이었다”며 “이것(원칙과 상식)은 공부 모임이 아니고 정치 세력 모임”이라며 사실상의 계파 분리를 선언했다.
모임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이번 주 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회견에서는 민주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혁신계’로 칭한 이들은 그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그로 인한 ‘방탄 정당’ 프레임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들은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오는 12월까지를 당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총선 준비에 돌입하는데, 그때까지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돼 있다. 비명계 중진 의원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 대표가 재판에 다니며 사실상 당무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자연스럽게 ‘당 대표를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판을 위한 비판·구심점 부재에 우려 섞인 시각도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심화한 당내 갈등이 결국 비명계 의원 모임 분화로 분출했지만 친명계는 집단 행동의 원인을 공천에서 찾으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 대표 영장 기각 이후 ‘쪼그라든’ 비명계 내에서도 이들 의원들만을 가지고는 당의 변화를 추동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공천은 시스템 공천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주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공천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인데 이분들이 그것을 이유로 따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명계 내에서도 성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원칙과 상식에 불참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20~30명 정도 모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텐데 너덧 명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나”라며 “좀 더 때를 두고 봤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 성급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이원욱 의원은 “(모임에) 이름은 걸기는 힘들어도 뜻에 동조하는 의원들은 굉장히 광범위하다”고 반박했다.
총선을 앞두고 제기되는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겼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비판을 해서 바꿀 생각을 해야지, 탈당해버린다면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이들이 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때나 존재감이 있지, 막상 나가면 그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며 당내 ‘소신파’로 분류됐다가 탈당 후 영향력이 급감한 금태섭 전 의원의 사례를 들었다.
이들 모임이 강한 결집력을 가지고 운영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당초 비명계가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조직됐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들이 요구대로 이 대표가 궐위됐을 경우, 총선을 이끌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수빈 (suv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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