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아이 가질 수 있나요?" 성교육 필요한데 예산까지 싹둑
학내 성교육에선 성소수자 교육 한계
성인권 교육 참여자 많지만 예산 삭감
"올바른 성지식 함양할 시기 놓치는 셈"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금 성교육은 당위적인 내용 위주여서 최근 필요해진 성소수자나 성인권 관련 지식을 가르치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성과 관련한 이슈가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지만, 아직까지 성교육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성교육이 부족해 사회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척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성소수자 등 성 이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지만, 현장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8년 12월 조사한 ‘청소년 성교육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4065명 중 성소수자 관련 정보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21.1%에 불과했다. 여학생은 86.2%가, 남학생은 70.1%가 성소수자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3명 중 1명은 성 정체성(26.1%)이나 성적 지향(30.7%)을 고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성교육을 진행하는 보건교사 사이에서도 교내 성교육을 개선해야 청소년의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잖다. 그러나 보수적인 사회적 경향 때문에 동성애 등을 포함하는 성교육이 실제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보건교사 A씨는 “작년과 올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동성애 성향을 공개했다”며 “예전에는 남들이 눈치채는 상황이 불편해서 본인들이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요즘은 성적 지향을 학교나 SNS에서 드러내는데 반 아이들은 같이 있는 것을 불편해 한다”고 했다. A씨는 “2025 국가성교육표준안은 동성애를 직접 언급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서 수업시간에 동성애를 교육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 서구의 중학교 보건교사 B씨 역시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체육이나 기술가정, 과학 등 관련 교과 교사와 보건교사가 성교육을 함께 가르치게 돼 있는데, 성적이 중요한 과목이 있으면 성교육이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재직 중인 C씨는 “성교육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지점이 많다”며 “일부 학부모는 성소수자나 동성애를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불편해서 학교에서 모든 주제를 소화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 외부 강사나 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성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학교 밖에서 청소년의 성인권 교육을 지원할 내년 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4년 예산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내년도 예산 중 성인권 교육 예산 5억 6000여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성 인권 교육 사업은 학생 스스로 성적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성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도록 가르치기 위해 2013년 시작됐다. 전문강사가 희망 학교에서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가부의 예산삭감에 따라 17개 시·도 중 13곳은 성인권 교육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4곳 중 경기도와 세종·제주시는 내년 예산 편성을 마쳤고, 부산시는 자체 편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광역시는 ‘성 인권 교육’ 사업에 대해 “현장 모니터링 결과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특히 장애에 이해도가 높은 외부전문가가 성인권 교육을 실시해서 효과가 크다”며 “국비 확보가 꼭 필요한 사업”이란 의견을 제출했다.
실제 최근 5년 동안 성 인권 교육에 참여한 인원도 꾸준히 증가세였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1만 8022명인 수강 인원은 2019년 1만 8224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2020년부터 지난해(1만 7312명)까지 3년간 1만 7000명대를 유지했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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