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하버드대 로보틱스 연구소
'하버드대' 하면 쉽게 떠올리는 것은 미국 명문 대학의 멋진 캠퍼스와 전 세계의 법, 행정, 경영 분야에서 활약하는 로스쿨, 케네디스쿨, 비즈니스스쿨을 나온 인재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라는 한때 유명했던 드라마가 열정적이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대생들의 이야기로 유명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하버드대라고 하면 공학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 하버드대는 첨단공학과 응용과학에 많은 투자를 했고, 현재 첨단 융·복합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연구소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버드는 2007년 그동안 디비전으로 존재하던 공학과 응용과학 학과들을 대학으로 승격시키면서 공학에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는 대학으로 승격한 해에 로보틱스를 전공하는 젊은 교수에게 박사 후 연구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융·복합 연구와 중개연구를 통해 최첨단 연구를 상용화하라며 자산가인 위스라는 이가 하버드 역사상 최고 금액을 기부하며 '위스 생체모사공학 연구소'가 설립됐고, 최근까지도 추가 기부로 누적 7억8000만달러가 기부됐습니다. 헤지펀드로 성공한 존 폴슨은 2015년 하버드대 사상 최대(당시 기준) 금액인 4억달러를 공학 및 응용과학 대학에 기부하고 대학 이름을 '존 폴슨 공학 및 응용과학 대학'으로 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부금들을 바탕으로 1조3000억원을 넘게 들여 8개 층, 연면적 1만5000평이 넘는 최첨단 과학과 공학 캠퍼스 건물을 2년 전에 오픈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건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의 시스템에 있습니다. 곳곳에 장비를 관리하고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는 직원들이 고용돼 있으며, 대학 연구실이지만 학생들 숫자보다 박사 후 연구원과 엔지니어링 스태프의 숫자가 더 많습니다. 특이한 것은 엔지니어링 스태프로 단순히 기능직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버드대 박사 출신이 오기도 한다는 겁니다. 제가 박사 후 연구원을 하고 있을 때 박사 과정에 있던 마이클이란 친구를 지난여름 방문한 하버드대에서 만났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이 친구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하버드대에서 엔지니어링 스태프를 하며 학생들의 연구에 필요한 첨단 장비들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본인 연구도 하다가 창업을 위해 나갔었다고 합니다. 회사가 잘되지 않자 대학으로 돌아와 엔지니어링 스태프를 하며 다시 창업을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하버드에서 연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업을 했다고 합니다.
예전엔 우리나라에서 연구를 하려면 무조건 유학을 가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외국의 좋은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선배들이 있어 많이 발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박사를 하고 MIT, 하버드와 같은 좋은 대학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나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한 단계가 있다면 한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해도 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한 것처럼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대학 내에 엔지니어링 스태프가 많이 있어 이러한 연구들이 창업으로 이어져 한국의 성장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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