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싸라기 땅'마저…강남 역세권 개발사업 줄줄이 좌초

장강호 2023. 11.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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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논현동 지하철 3호선 신사역 3번 출구 바로 앞의 한 재건축 현장.

 신사역 오피스텔 역시 토지 매입과 철거 과정에서 약 1600억 원을 빌렸지만 추가 자금 조달이 안되면서 사업 중단 위기에 놓여있다.

  신사역 오피스텔 브릿지론에 참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면 공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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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역 도보 1분거리 초역세권에도 PF대출 안돼

14일 서울 논현동 지하철 3호선 신사역 3번 출구 바로 앞의 한 재건축 현장. 지하 9층~지상 14층 연면적 3만1405㎡(9600평)규모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던 부지의 철거 공사는 중단 상태였다. 두 대의 포크레인 모두 멈춰있었고 인부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해당 사업장에 자금을 댄 금융사 관계자는 “시행사가 공사비를 구하지 못해 공사가 멈췄다”며 “땅이라도 팔아 빚을 갚으려 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공사가 중단된 재건축 현장에서 포크레인 한대가 멈춰있다.

강남 역세권도 자금막혀 좌초 위기

서울 강남의 초역세권에서 공사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부도 직전에 몰린 공사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신사역 오피스텔 역시 토지 매입과 철거 과정에서 약 1600억 원을 빌렸지만 추가 자금 조달이 안되면서 사업 중단 위기에 놓여있다.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도 사업 중단 위기에 놓이는 등 ‘흥행 보증수표’였던 강남 역세권 개발 사업이 좌초하고 있다.

신사역 부지는 수년 전부터 건축 업자들이 욕심내는 땅이었다. 신사역 초역세권인 데다 인근에 회사가 많아 오피스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사업권을 따낸 S시행사는 자본금 50억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21년은 전국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개발 사업이 절정이었다. 주택 가격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라 어렵지 않게 브릿지론 대출을 받았다.

S사는 부지 매입과 철거 등을 위해  2021년 새마을금고(지역 34곳·570억 원)와 광주은행(100억 원), OK캐피탈(275억 원) 등 금융기관 11곳으로부터 브릿지론 대출 1580억 원을 받았다. 브릿지론은 본 PF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고금리 단기 대출로 토지 매입 등에 쓰인다. 토지 계약금(10%)만 있으면 나머지 자금은 대출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치솟는 PF연체율에 시장 얼어붙어

하지만 작년부터 PF 대출을 통한 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증가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자 금융권이 추가 PF 대출에 깐깐해졌다. S시행사 측 역시 금융사 여러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수개 월째 대출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PF 자금 확보가 늦어지자 브릿지론 만기를 4번 연장하면서 대출금 상환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 A씨는 “오피스텔 시장은 요즘에 수요가 많지 않아 금융사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다”며  “사업장 인수도 워낙 초기 투자금이 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S시행사는 매달 10억 원 정도의 이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마을금고 이자율은 9.5%로 연이자만 56억원에 달한다. OK캐피탈과 웰컴캐피탈, 신한캐피탈의 이자율은 14% 수준이다.

다른 강남 지역의 개발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강남 청담동의 프리마호텔을 49층 고급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르피에드 청담’이 대표적이다. 선순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가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곳은 금융사 26곳으로부터 총 4640억원에 달하는 브릿지론을 대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동의하더라도 PF 대출은 또 다른 문제”라며 “여전히 넘어가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강남 금싸라기 땅마저 대출이 안되는 이유는 높아진 PF 연체율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PF 연체율은 증권사의 경우 17.28%에 달했다. 지난해 말(10.38%)과 비교하면 6.9%포인트 뛰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4.61%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신사역 오피스텔 브릿지론에 참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면 공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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