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분석] 밴픽 도사 양대인, 웨이보의 결승행을 지휘하다

허탁 2023. 11.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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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인 감독은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다. 담원(현 디플러스 기아)과 T1이라는 LCK 최고의 인기 팀들에 몸을 담았었고, 팬들의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감독 중 하나다. 이번 웨이보의 결승행은 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상급 코칭스태프로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양대인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게임 이해도와 이를 통해 구상해오는 변칙적인 밴픽 전술이다. 이 장점은 흔히 '몸비틀기'라고 불리는, 다전제에서의 밴픽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국내 무대에서도 담원을 이끌면서 다전제마다 변칙적인 밴픽을 보여줬다. 특히 양대인 감독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픽을 바탕으로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본인들의 승리 플랜을 구축하는 밴픽을 선호한다.

BLG전 밴픽에서도 이런 그의 성향이 명확히 드러났다. 블루 사이드로 시작한 1세트부터 상대의 선호픽을 모두 자른 뒤, 럼블과 벨베스를 중심으로 상체 주도권을 강하게 쥐는 픽을 가져왔다. 특히 상체에서 2AP를 먼저 가져간 뒤 상대의 밴이 AD 정글에 빠진 상황에서 가져간 벨베스 픽은 밴픽적으로 아주 유효했다. 이를 활용해 벨베스에게 초반부터 힘을 실어준 웨이보는, 먼저 6레벨을 찍은 벨베스가 탑쪽 카운터 정글을 통해 상대를 몰아내고 탑-정글 게임을 완성시키며 게임을 손쉽게 가져왔다.

3세트 밴픽. 공식 중계 화면 캡쳐
양대인 감독 밴픽의 백미는 3세트에서 나왔다. 블루 사이드에서 바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애쉬 1픽을 가져온 웨이보는, 바루스-애쉬 바텀으로 강한 주도권을 유지한 뒤 5픽에서 탑 아트록스를 상대로 그레이브즈를 뽑았다. 그레이브즈는 탑라인에서 아트록스의 카운터 픽으로 준비된 픽이다. 바텀에서 바루스-애쉬 대 칼리스타-케이틀린의 매치업이 완성된 상황에서, 게임의 주 무대는 바텀으로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양 팀 모두 바텀 라인전에 사활을 건 밴픽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글 개입 없는 상황에선 언제나 푸쉬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그레이브즈는 까다로운 픽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양대인 감독의 의도대로 탑에서 1대1 주도권을 강하게 쥔 '더샤이' 강승록의 그레이브즈가 상대 에이스 '빈' 천쩌빈의 아트록스를 강하게 누르며 게임의 승리를 가져왔다.

3세트가 양대인 감독 밴픽의 정수를 보여줬다면, 5세트는 양대인 감독의 변화를 보여준 밴픽이었다. 양대인 감독은 그간 꽤 많은 다전제에서 5세트, 소위 '풀꽉' 승부를 펼쳐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그는 5세트에도 본인의 스타일대로, 아니 오히려 5세트라서 더 본인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독특한 밴픽을 해왔다. 대표적인 경기가 정글 니달리를 기용한 젠지와의 22년 스프링 플레이오프 경기였다. 해당 경기에서 니달리와 직스를 활용해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으나, 마지막 순간 미끄러지면서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번 5세트에선 달랐다. 부담감이 큰 5세트에서 오른과 마오카이, 레나타로 궁극기 시너지를 챙긴 한 타 조합을 가져간 것. 그러면서도 밴픽을 뜯어보면, 블루진영 2,3 픽에서 레나타-칼리스타를 완성시킨 뒤 애쉬와 라칸을 닫으면서 바텀에서의 변수를 최소화했다는 디테일 역시 챙겼다. 결국 단단한 한 타 조합을 구성한 웨이보가 교전에서 얻은 이득을 바탕으로 게임을 가져가 결승 행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밴픽은 감독 혼자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대인 감독이 거친 팀을 살펴보면, 양대인 감독이 주도하는 밴픽은 무언가 다른 색깔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과연 결승에서도 그의 독창적인 색깔이 묻은 밴픽이 나올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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