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리는 기시다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3. 11.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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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선거법 위반·탈세 '트리플 인사참사'
차관급 3명 낙마에 선거 연패
지지율 30% 깨지며 퇴진 위기

사상 최저 지지율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코너에 몰렸다. 지난 9월 개각 때 그가 임명한 차관급 인사 3명이 각종 추문으로 잇달아 낙마한 데다 지방선거에서도 패배를 이어가고 있다.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면서 나가타초(일본 정치 중심지)에서는 퇴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14일 일본 주요 언론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15일 미국으로 떠나는 기시다 총리가 자국 정치 무대에서 어려움에 처했다는 점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인사 실패다. 지난달 20일 임시국회가 개원한 이래 차관급 인사 3명이 잇달아 낙마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개각 때 차관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적재적소'라고 강조했지만, 이들 3명 모두 직무와 관련된 문제로 낙마했다.

문부과학성 정무관(차관급)은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물러났으며, 법무성 차관은 공직선거법에서 금지된 유료 인터넷 광고 이용을 도쿄도 고토구청장에게 제안한 혐의로 사표를 냈다. 법무성 차관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다. 지난 13일에는 세금과 관련된 업무를 보는 재무성 차관이 세금 체납 혐의로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방선거에서도 여당 자민당은 힘을 못 쓰고 있다. 이달 12일 치러진 후쿠시마 현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과반 유지에 실패했다. 같은 날 치러진 도쿄도 오메시 시장 선거에서는 3선을 목표로 했던 자민·공명당 추천 현직마저 패배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도쿄도에서는 지난 9월 다치카와시 시장 선거와 지난달 도의원 보궐선거 때 잇달아 자민당 지지 후보가 패배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지지율이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9월 이후 개각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를 단행하고, 국민 1인당 4만엔(약 35만원)씩 세금을 줄여주는 감세를 추진했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 산케이신문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7.8%포인트 하락한 27.8%로 나타났다. 2021년 10월 기시다 정권이 출범한 이후 최저다. NHK가 10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7%포인트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30%에 미치지 못하는 29%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민당에서는 '아오키의 법칙' 얘기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아오키의 법칙은 내각과 제1여당의 지지율 합계가 50%에 미치지 않으면 정권이 자연스럽게 퇴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부치 정권에서 내각 관방장관을 지낸 아오키 미키오가 만든 가설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산케이신문 조사에서 내각과 자민당 지지율 합계는 56.8%로 급격히 50% 선으로 수렴하는 분위기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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