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속에서 뼈가 아려도, 가장 뜨거웠던 배정대의 가을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 중 하나는 ‘날씨’였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파가 몰아닥쳤다.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13일에는 서울 기온이 -2도까지 떨어졌다.
영하의 날씨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들의 고충도 적지 않았다. 넥워머와 장갑 등으로 무장을 해도 추위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거론됐다.
그런 가운데 타격감만은 뜨거웠던 타자가 있었다. 바로 KT 배정대(28)였다.
배정대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16타수 6안타 타율 0.375를 기록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97경기를 뛴 배정대는 타율 0.277 2홈런 38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타격감을 자랑했다.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5경기 타율 0.375 2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는 11일 열린 4차전을 제외하고는 매 경기 안타를 쳐내며 KT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가 됐다.
배정대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상대팀이 프로 데뷔팀이기 때문이다. 성남고를 졸업한 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3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LG에서는 한 번도 1군에 오르지 못했던 그는 제10구단인 KT의 특별 지명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KT에서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았다. 2020시즌 처음으로 144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그 해 타율 0.289 13홈런 등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배정대는 2021년에는 팀의 통합 우승의 일원이 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시즌 연속 144경기 풀타임을 뛰며 ‘철인’의 면모도 갖췄다. 올시즌에는 잠시 주춤하며 97경기에 그쳤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시 제 역할을 했다.
2021년 KT가 한국시리즈를 치를 당시에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중립 경기로 치러졌다. ‘겨울야구’의 추위는 배정대도 처음 느낀다. “한국시리즈에서 선수들이 왜 다치는지 알 것 같다”던 배정대는 “근육이나 뼈 이런 곳이 다 안 좋다. 선수들이 다칠까봐 걱정스럽다”며 동료들을 걱정했다.
배정대에게 올해 가을은 자신을 좀 더 알게 된 계절이었다. 그는 “플레이오프를 하고, 한국시리즈를 하면서 나를 조금 더 알아가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렇게 느낀 건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상대 배터리가 자신을 경계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배정대는 “LG 배터리에서 어렵게 승부를 해서 보렛도 많이 나가고 있다. 내 감도 굉장히 좋다”고 했다.
배정대는 “속으로는 조금 뿌듯하다”라며 “이제 LG 선수들에게 어떻게 보면, 무섭고 까다롭게 느껴지는 타자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털어놨다.
LG 홍창기에게 조언할 수 있는 위치도 됐다. 배정대는 “창기 형이 한국시리즈 초반 전화와서 ‘어떻게 치나’라고 물어본 적 있다. 창기 형이 시즌 타율이 0.332이지 않았나. 나는 3할도 되지 않았어서 약간 어이 없기도 했지만 ‘시리즈는 하늘의 뜻이다. 편하게 할 순 없겠지만 그런 느낌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리즈 초반 1,2차전에서 무안타로 부진했던 홍창기는 배정대의 조언을 받은 덕분인지 3차전에서 3안타를 몰아치며 살아나기도 했다.
배정대는 5차전을 시작하기 전 “우리 팀은 특이한 DNA가 있다. 이 말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각오대로 배정대는 5회 몸을 날려 득점을 올리는 등 최선을 다했다.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KT가 패하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다. 그럼에도 뜨거운 가을을 보낸 배정대에게는 한 층 더 성숙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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