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언급한 ‘근본적인 공매도 해결책’, 금융시장 반응은

박채영 기자 2023. 11.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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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정부가 준비 중인 공매도 개선 방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무차입 공매도(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과 더불어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상환 기간 및 담보 비율 일원화, 공매도 전산시스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돼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공매도 개선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번 대책이 금융의 시각에서 차분하게 추진되는 게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성급히 추진된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내놓는 공매도 개선 방안이 오히려 개인 투자자 보호 장치를 느슨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외국인 공매도 상환 기간은 무기한?…“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는 주요 이유는 개인과 기관에 적용되는 공매도 대주 및 대차 상환 기간과 공매도 담보 비율이 다르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부는 공매도의 개인과 기관 간 상환 기간과 담보 비율 차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주식을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이때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환 기간이 개인의 대주 계약에서는 90일로 제한돼 있다. 반면, 기관의 대차 계약은 대여자와의 계약에 따라 정해진다. 이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의 상환 기간은 사실상 무제한이라서 주가가 내려갈 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기관과 증권사 간의 대차 계약에서 상환 기간은 무기한으로 길어질 수 있지만, 대여자가 기관에게 중도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 반면, 대주 계약을 맺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90일 간의 상환 기간이 보장된다. 경우에 따라 기관의 상환 기간이 개인의 상환 기간보다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 담보 비율의 경우 개인과 기관의 신용도 차이를 고려해 ‘개인은 120% 이상, 기관은 105%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기관·외국인도 실제 거래에서는 105%보다 높은 담보 비율을 적용받는다. 개인이 담보로 제공하는 현금과 달리, 기관·외국인이 주로 담보로 맡기는 주식과 채권에는 헤어컷(가격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환 기간이나 담보 비율의 차이는 개인과 기관·외국인의 차이, 대주와 대차 거래의 차이를 고려해 만들어둔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를 개선한다고 나서더라도 이것들이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증권사의 지나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모(박순혁 지키는 모임) 회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공매도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원들은 금융당국에 공매도 전산화와 공매도 상환기간 3개월 시행 등을 촉구했다. 2023.11.08 성동훈 기자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화 시스템 가능할까

정부는 무차입 공매도(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논의하고 있다. 공매도가 이루어지기 전에 실제로 차입이 이루어졌는지 전산 시스템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최근까지 전산화 시스템 마련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은) 저희는 쉽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주식을 빌리는 거래는 목적이 다르고, 전 세계에서 전화, 이메일, 플랫폼으로 주문을 한다”며 “그걸 어떻게 다 실시간으로 파악을 하냐? 그리고 파악을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같이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에서 외국서는 아무도 안 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거래를 어렵게 하는 게 과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자신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이유로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은 전 위원장은 2021년 2월 공매도 관련 브리핑에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음주운전 시 시동이 안 걸리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면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장기화되나?
코스피가 전장보다 29.49포인트(1.23%) 오른 2,433.25에 장을 마감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예상보다도 더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금지하되 재개 여부는 시장 동향과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의 시행상황 등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공매도 금지가 길어지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둘째 치고 외국인 투자자가 들어오기 힘들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금융당국이 시장조성자에게도 공매도를 못 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어서 유동성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오늘 하루 주가가 오를 수는 있겠지만, 주식은 본질적으로 경기가 좋고 기업 실적이 좋아야 버틴다. 결국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9.49포인트(1.23%) 오른 2433.2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9.77포인트(2.55%) 오른 794.77로 거래를 마쳤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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