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완화 이번에도 막혔다 … 野 "부자감세 반대"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11.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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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대주주 기준 상향 추진
연말 큰손 매도폭탄 막으려
종목보유액 10억서 50억으로
민주 "세수 악화" 거센 비판
정부, 시행령 개정 가능하나
작년 금투세 도입 미루면서
與野 10억 기준 유지 합의
야당 동의없이 강행 미지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4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15일 미국 출국을 앞둔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승환 기자

정부·여당이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야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이맘때도 대주주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부·여당과 '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던 야당이 맞붙었는데 1년 만에 상황이 고스란히 재연되는 모습이다.

14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실 주도로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와 상속세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선거를 약 150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선거용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최악의 세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올해 세법개정안에도 상당한 규모의 부자감세 방안이 담겼는데 또다시 감세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말로는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세수 기반을 허물고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가 역대급 세수 결손에 따른 경제 실패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면 결코 내놓을 수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주식양도세 완화에 대해 사실상 '당론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현행법에는 매년 말을 기준으로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한 경우 '대주주'로 분류되고, 주식을 팔 경우 양도세를 내야 한다. 정부·여당은 기준이 되는 10억원을 50억원이나 100억원 등으로 대폭 올려 대주주 적용을 받는 투자자 범위를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연말에 이른바 '슈퍼 개미'의 주식 매도 폭탄으로 증시가 흔들리는 것을 막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 완화 정책을 곧 세부 대책과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공매도 금지에 이어 대주주 요건 완화까지 검토하고 나서면서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가증권시장의 대주주 기준은 2000년 도입 당시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으로 보강됐고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으로 계속 강화됐다.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과거 기준으로 완화한다면 극소수 개인투자자만 주식 양도세를 부담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에서 아예 주식 앙도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안에도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0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로 완화하는 방안을 담았지만 야당의 반대로 기준이 유지됐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국내 주식시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니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주 기준은 시행령 개정 사항이다. 이론적으로는 야당 동의 없이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지만 민주당을 '패싱'하면서까지 정부가 강행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세법개정안 논의 과정에서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025년까지 연기하는 대가로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도 야당이 대주주 기준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결혼자금 증여공제나 가업승계 세제 혜택 확대 등 정부의 핵심 법안을 반대한다면 정부·여당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도 야당과 협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연기에 합의하면서 내년까지는 현행 대주주 기준을 유지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주주 기준 완화에 대해 방침이 결정된 건 전혀 없다"며 "지난해 여야 합의로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 2년 유예하면서 대주주 10억원에 대한 기준은 내년까지 유지하기로 여야 간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약속은 서로 지키자고 하는 것"이라며 "야당과 약속을 1년 만에 깨고 재협의를 할 생각이라면 깎아줄 주식 양도세 세수만큼 어디서 세수를 메울 것인지 먼저 국민에게 설명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상장 주식 양도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주식 양도세 신고 인원(2021년 귀속분)은 7045명으로 2020년(2019년 귀속분 3022명)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세액 역시 같은 기간 9777억원에서 2조983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 주식 양도세 신고 인원은 전체 개인투자자(1384만명)의 0.05% 수준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주식 양도세가 논란이 되는 것을 놓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어차피 2025년부터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으로 주식·채권·펀드 등 모든 종류의 금융 투자 상품에서 5000만원을 넘는 수익이 발생할 경우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논의 당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따라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사람은 상장 주식 기준으로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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