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 막차탔던 영끌족 … 금리 치솟자 '눈물의 손절'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11.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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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듯 집 사고파는 2030
2030 주택소유율 뚝 떨어져
1인가구 69%는 전월세 살이
"빚에 대한 경각심 부족한 세대
집값 내릴 때 팔아 손실 클듯"
다주택자 비중 3년 연속 하락
여성 주택보유비중 사상 최대

지난해 금리 인상과 주택 가격 하락이 겹치며 20·30대 젊은 층에서 주택 처분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30대 가구주의 주택 소유율도 뚝 떨어졌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다는 뜻)족'이 대거 주택을 처분한 탓이다. 문제는 금리 상승이 주춤한 틈을 타고 최근 다시 2030세대가 빚내서 집을 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주택소유통계'를 살펴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그동안 영끌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20·30대가 지난해 대거 주택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연 3.85%였던 시중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월 연 4.82%까지 치솟았다. 이후 올 6월 연 4.26%까지 내려왔다가 9월 현재 연 4.35%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은행의 대출 금리 상승은 한은이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2022년 한 해 동안 기준금리를 일곱 번 연속해서 올린 탓이다. 2021년 말 1.00%였던 기준금리는 2022년 말 3.25%까지 치솟았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은 특히 자산과 소득이 부족한 2030의 주택 처분으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9.9% 늘었던 30세 미만 주택 보유자 수는 지난해 6.0% 급감했다. 이에 따라 29만1000명까지 늘었던 30세 미만 주택 보유자는 27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30~39세 주택 보유자 수는 지난해 6.4% 급감했다. 통계청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이에 따라 190만명을 위협하던 30대 주택 보유자 수는 150만명대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집을 내다 팔던 2030세대가 최근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고 정책자금 공급이 늘자 올해 다시 집을 집중적으로 사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가 과거처럼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빚내서 집을 사는 영끌족에게 경고한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0월 전국 주택 매입자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22.6%로 한창 매입이 많았던 2020년 말 대비 7.4%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 등 영향으로 집값이 다시 반등하자 올해 9월 기준 2030 비중은 약 28%까지 올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MZ세대의 주택 매수 패턴은 주식에서 뇌동매매와 유사하다"며 "집값이 한창 상승할 때 사서 이자 부담으로 집값이 내릴 때 매도하는데, 이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집값 상승보다 하락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피데스개발과 대우건설 등이 더리서치그룹을 통해 수도권 주택 소유자 1000명에게 '2023년 미래 주택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주택 소유자 중 34.5%는 지금 사는 곳의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1년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을 예상한 소유자는 12.8%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20·30대는 부채 비율이 높지만 빚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세대"라고 꼬집었다.

이날 통계청 조사에서 1인가구 10명 중 7명은 무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인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30.9%였다. 주택을 2건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 비중은 14.9%로 2020년부터 3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다주택자 비중은 2019년 15.9%까지 늘었지만 지난해엔 15% 아래로 내려갔다. 다만 전체 다주택자 수는 2021년 처음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주택 보유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주택 소유자 중 여성 비중은 2012년 41.4%에서 해마다 상승해 2022년엔 45.9%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2021년 무주택이었다가 2022년 유주택자가 된 사람은 68만6000명이었고, 반대로 유주택이었다가 무주택이 된 사람은 3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주택 자산가액 기준으로 상위 10% 부자들이 가진 주택의 공시가격은 평균 12억1600만원이었고, 이들은 평균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하위 10%의 평균 주택 가격은 3000만원으로 나타났다.

2013년 3만명이 안 되던 세종시 주택 보유자가 2022년 10만명을 처음 돌파해 11만4000명이 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세종은 외지인 소유 비중이 30.2%로 전국 시도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외지인 소유 비중이 높은 곳 2위는 충남으로 17.6%에 그친다. 다른 지역에 살면서 서울에 집을 보유한 사람은 13.6%로 나타났다.

시도 단위에서는 세종시가 관외인 주택 소유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시군구 단위로 살펴보면 서울 용산구와 서울 중구, 부산 중구, 인천 중구, 서울 강남구 등이 관외인 주택 소유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에 개인이 소유한 주택 중 절반가량은 주인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주택 소유자는 증가했다. 2021년 대비 2022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약 20만명 감소했다. 하지만 주택 보유자 수는 22만명(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2022년 11월 1일 현재 우리나라 주택 소유자는 1530만9000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56.2%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전체 가구에서 주택을 소유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울산(64.2%), 경남(62.9%) 등에서 가구의 주택 소유율이 평균보다 높았지만 서울은 48.6%로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문지웅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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