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복제공장 설립 시도한 삼성전자 前임원 보석 석방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수원지법. /뉴시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등을 빼돌려 중국에 똑같은 ‘복제 공장’ 설립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전 삼성전자 임원이 보석으로 풀려나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 단독 이지연 판사는 지난 10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삼성전자 상무 최모(65)씨가 낸 보석 청구를 받아들였다. 지난 6월 기소된 최씨는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최씨와 함께 재판에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및 삼성 계열사 직원 5명, 전직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 등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최씨는 지난 9월 20일 열린 보석 심문에서 “진실이 뭔지 떳떳하게 밝히고 싶지만, 구속 상태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이 반도체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참고인들을 회유·협박할 가능성이 크다”며 불허해달라고 요청했었다.

반도체 복제공장 설립 추진 사건 관계도/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최씨 등은 지난 2018년 대만의 한 전자 제품 생산·판매 업체에서 8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정받아, 중국 시안(西安)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 ‘복제 공장’ 건설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중국 반도체 업체 대표인 최씨가 삼성전자 출신이었던 임직원들에 삼성전자의 자료 등을 입수해 사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지시하고, 이들은 자료를 부정 취득해 공장 설계회사에 보내는 등 무단 사용한 것으로 판단, 재판에 넘겼다.

최씨 등이 삼성전자에서 빼낸 기술은 국가 핵심 기술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장 설계도면, 공정 배치도 등 세 가지다. BED는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클린룸’을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환경 조건 자료다. 공정 배치도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8개 공정 배치와 면적 등 정보가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BED와 공정 배치도는 30나노 이하급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 제조 관련 기술로,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

최씨는 또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료를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됐다.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건립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초순수 시스템’ 운전 매뉴얼을 부정 취득해 사용하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초순수 시스템 발주사양서를 부정 취득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초순수는 반도체 수율(收率)에 핵심적 영향을 주는 순수한 물을 말한다. 극도로 정제된 물로 반도체 공정에 필수 요소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최씨 등이 중국에 반도체 공장 설계도뿐 아니라 생산 공정 노하우까지 통째로 넘긴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