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슈퍼 히어로… 흥행보증수표는 옛말 [엄형준의 씬세계]
올 개봉 마블·DC 영화 흥행 기대 이하…가오갤 홀로 선전
복잡한 이야기, 빈약한 전개… 캐릭터 매력 전보다 떨어져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가 늪에 빠졌다. ‘마블’과 ‘DC’ 레이블로 대표되는 히어로물 영화의 관객이 눈에 띄게 빠지고, 관객 평점도 낮다. 한국 영화 제작비의 수배에서 수십 배를 투자한 영화들이지만, 관객 동원력은 별 차이가 없거나 그 이하인 경우도 많다. 영화계에서는 볼거리에만 치중한 엉성한 전개 등을 인기 하락의 요인으로 꼽는다.
지난주 수요일인 8일 개봉한 ‘더 마블스’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개봉 첫 주말 일요일인 12일까지 5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지만, 관객은 44만6000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름뿐인 정상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여성 히어로인 캡틴 마블(브리 라슨)과 마블의 친구의 딸로, 빛의 파장을 조작하는 히어로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그리고 마블의 팬인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은 능력을 쓸 때마다 몸이 바뀌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들은 힘을 합쳐 존재감 없는 빌런을 무찌른다.
영화는 한국 배우인 박서준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도 주목받았지만, 실제 출연 분량은 3∼4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주연들의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고양이 ‘구스’라는 농담 섞인 평가도 있다.
‘더 마블스’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마블 역대 최악의 개봉 실적을 기록하며 히어로 제국을 흔들고 있다.
앞서 2월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도 한껏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에는 못 미쳤다. 이 영화는 개봉 후 첫 주말까지 5일간 86만2000명, 총 누적관객은 155만1000명을 기록했다.
첫째, 영화가 너무 난해하고 어렵다는 지적이다. 마블이 지나치게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등장인물이 다양해지고 시·공간의 흐름도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마블은 과거 아이언맨 시절만 하더라도 한 명의 영웅이 등장하거나 몇몇 영웅이 힘을 합치는 정도였지만, ‘어벤져스’ 시리즈의 등장 후 이젠 영웅의 칸막이가 사라졌다. 거기다 지금 우리가 사는 우주와 평행한, 셀수 없이 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멀티버스’(다중우주론) 개념이 등장하면서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일례로 올해 개봉한 퀀텀매니아의 마지막 ‘쿠키’(홍보) 영상에서 적어도 수십만명 이상으로 보이는 다중우주의 수많은 빌런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제 착한 영웅들은 이 많은 빌런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블이나 DC의 세계관이 상상의 산물이긴 하지만, 이젠 자신들이 구축한 세계관 안에서의 논리적 개연성인 ‘핍진성’(逼眞性)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앞서가는 새로운 시도라는 팬들의 호응이 있지만, 영화를 따라가기 벅차다는 이들도 많다.
가오갤3을 마지막으로 연출하고, 마블을 떠난 제임스 건 감독의 발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가오갤3의 개봉에 맞춰 지난4월 한국을 방문한 건 감독은 “희망하건대 마블세계관(‘MCU’라고 표현)의 영화가 더 나오면 좋을 거 같다”면서 “영화의 웅장함과 화려함도 중요하지만, 슈퍼 히어로에 좀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캐릭터 얘기와 감정을 더 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마블의 전성시대를 열게 한 ‘아이언맨’의 원화가이자 스토리 작가인 밥 레이턴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1970년대 후반, 연재 중단 위기에 처한 ‘아이언맨’의 코믹스(만화책)를 맡아, 세계관을 새롭게 구축하며 인기를 끌어올렸다. 레이턴은 “당시 마블에서 아이언맨은 B급 캐릭터였고 그렇게 밀어주지도 않았다”면서 “나는 아이언맨보다 (슈트 안의) 토니 스타크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럼으로써 명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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