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280조 금융기관을 행안부가?”… 전문가, 새마을금고 혁신안 ‘낙제점’

김태호 기자 2023. 11. 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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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전문경영인 도입 등 발표
“위험 경영 요인 못 줄여”…박한 평가
“금융 당국이 금고 관리 기능 도맡아야”
김성렬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마을 금고 경영 혁신안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마을금고가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기존 중앙회장 중심의 지배구조에 메스를 들이대 경영대표이사 신설 등 다방면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비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영혁신안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일부 지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마을금고가 무리한 투자 등 위험 경영으로 부실 우려를 키운 만큼 금고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장치가 보강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경영혁신위는 지난 8월 18일 출범한 조직으로 학계와 관계 기관 전문가 및 지역 금고 이사장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앞서 새마을금고는 지난 7월, 17억6000만원 규모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과 박차훈 전 중앙회장 및 류혁 전 신용공제 대표이사 등 임직원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이 불거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영혁신위가 제안한 내용은 크게 ▲지배구조 및 경영 혁신 ▲건전성 및 금고 감독체계 강화 ▲금고 경영구조 합리화 및 예금자보호 강화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중앙회장에게 쏠린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게 이번 혁신안의 주요 골자다. 경영대표이사직이 새로 생겨 경영권을 지며 전문이사(사외이사) 비중 확대로 외부 전문가들의 견제권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호금융권 수준의 규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른 상호금융권과 비교해 규제가 느슨했던 기업여신 관리 강화를 위해 200억원 이상 공동대출은 중앙회 참여를 의무화한다. 부동산·건설업에 대한 업종별 여신한도도 각 30%, 합산 50%로 기준을 높인다. 위험성이 높은 해외투자 등 대체투자 비중은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대상에 금고가 포함되도록 할 예정이다.

그래픽=정서희

전문가들은 혁신안의 큰 그림엔 동의한다면서도 자세히 뜯어보면 아쉬운 지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경영 전문성 제고에 대해서는 대체로 호평이 나왔다. 다만 전문경영인 1명을 이사회에 둔다고 금고 출신 이사장과 임원들의 유착을 막기엔 한계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역 금고 이사장이 포진한 중앙회 이사진이 지역 금고를 감시하는 것은 감시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박경서 고려대 지배연구소장은 “중앙회가 금고에 대해 제대로 된 감독기능을 수행하려면 지역 금고 이사장 출신들은 자금운용에 투입하고 감사기구는 이사회에서 독립된 조직으로 분리해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마을금고가 지역 기반 협동조합을 넘어 전국 단위로 규모가 커진 만큼 이에 상응하는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공통으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총자산 280조원의 거대 자산을 운용하는 점을 고려해 행안부가 아닌 금융 당국에서 직접 나서 새마을금고를 감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혁신안에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을 행안부에서 유지하기로 한 점은 아쉽다”며 “지금은 거대 금융 기관의 성격이 짙은 만큼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회의 중앙회장 권한분산안. /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이번 혁신안이 올해 불거졌던 새마을금고 문제의 핵심을 꿰뚫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새마을금고 부실화 우려는 각 지역 금고의 무리한 투자 등으로 발생한 결과물인데 위험 경영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중앙화되지 않은 협동조합 특성상 금고별 위험 관리가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반 금융사처럼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으로는 각 금고의 위험경영을 막을 수 없다”며 “새마을금고가 말한 동일업권 동일규제가 올바르게 적용되려면 금융 당국의 규제와 더불어 전사적인 위험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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