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시대' 재능들이 LG 29년 한 풀었다…'31년 무관' 롯데는 상동에서 무엇을 했을까
[OSEN=조형래 기자] LG 트윈스는 29년 만에 통합 우승으로 한풀이에 성공했다. ‘31년 무관’의 롯데는 이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아니, 무엇을 느끼고 배워야 했을까.
LG는 1994년 통합 우승 이후 암흑의 기운이 깃들었던 시간을 극복하고 차근차근 시행착오를 극복해 나가며 우승이라는 숙원을 29년 만에 풀어냈다. 김현수 박해민 박동원 등 FA 시장에서 적절하게 투자가 이뤄졌다. 자체 육성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고 1군 주축 자원으로 연착륙 했다. 이렇게 신구조화를 이루면서 한풀이에 성공했다.
한때 육성의 무덤이었고 유망주들의 ‘탈LG 효과’로 비아냥에 시달렸던 LG였다. 하지만 2014년 이천 LG챔피언스파크가 개장한 이후 이러한 오명은 완전히 벗어던졌다.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천 시대’가 열린 이후 LG에서 지명을 받고 이천에서 착실히 성장한 선수들이 면면은 화려하다.
투수진에서는 이정용 백승현(이상 27) 유영찬(26) 고우석(25) 정우영 손주영(이상 24) 김윤식(23), 야수진에서는 홍창기(30) 손호영(29) 신민재(27) 문성주(26) 문보경(23) 등 한국시리즈 30명 엔트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명의 선수들이 2014년 이천 챔피언스파크 개장 이후 입단한 선수들이다. 이천의 육성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착실하게 거쳐서 성장했고 우승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2014년 8월, 3년이 넘는 준비 기간에 1200억 원(부지 매입비 포함)을 들여서 개장한 이천 챔피언스파크는 LG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터닝 포인트였다. 비교적 서울 도심지와 가까워서 다소 혼란스러웠던 ‘구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천 시대’가 열리면서 LG는 육성에 탄력을 받았다.
천연잔디 구장 1면과 인조잔디 구장 1면, 다목적연습장에 실내훈련장과 실내 트랙, 다목적 재활센터 및 사우나 등으로 최상의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다. 천연잔디 구장에는 조명탑까지 설치해 퓨처스리그 야간경기 및 야간 훈련에도 지장이 없게끔 준비했다. 개장 9년 만인 올해, 우승이라는 성과로 인프라 투자의 결실을 맺었다.
육성의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92년 우승 이후 31년 동안 무관에 그친 롯데 역시 LG와 마찬가지로 ‘육성의 무덤’이라고 불린 팀이다. 그러나 LG는 육성의 무덤을 이미 파헤쳐서 없애버린지 오래고 롯데는 여전히 무덤 속에 갇혀있다는 점이다.
롯데는 LG보다 훨씬 앞선 2007년 김해 상동구장을 개장했다. 2군 선수단 연습장이 필요했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최신식 시설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개장 16년 째다. 인조잔디 구장 1면에 실내 연습장에 2015년 증설한 내야 연습용 인조잔디 훈련장을 갖고 있다. 구색은 갖췄다. 그러나 사실 최신식 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꾸준히 리모델링을 했고 다양한 훈련 시설들을 들여놓으면서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야외였던 불펜 훈련장을 실내로 만들었고 실내 타격 훈련장도 자투리 부지들을 활용해 증설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상동구장의 훈련 여건은 열악한 편이다. 제대로 된 정식 구장은 1면 밖에 없기에 훈련의 효율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여기에 조명시설도 없기에 야간 훈련은 꿈도 꿀 수 없다. 투수들의 러닝을 위한 트랙은 말 그대로 상동구장 부지 경계에 설치한 2라인에 불과하다. 부상 선수들을 치료하기 위한 공간도 넉넉하지 않다. 재활 센터라는 말을 붙이는 건 부끄러울 정도다.
하지만 상동구장 부지 자체가 협소하다. 부지 증축은 인근의 도봉산, 신어산 산자락에 막혀 엄두도 못 낸다. 인근 1급수 하천의 수질 관리 때문에 상동면 주민들의 반대로 천연잔디도 깔지 못한다.
여러 현실적인 제약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롯데는 그동안 육성 인프라의 개선을 위해 어떤 적극적인 노력을 했을까. FA 투자는 적극적이었지만 상동구장 환경 개선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만 이뤄졌다. 부지 이전 및 확장 등은 최우선이 아니었다.
결국 상동구장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날씨가 좋다’, ‘밥이 맛있다’가 전부다. 날씨가 좋은 건 남쪽의 지리적 이점이고 밥이 맛있는 것은 영양사 분들의 노력 덕분이다. 이 대목에서도 롯데가 기여한 부분은 없다.
롯데는 16년 째 육성을 외쳤지만 결국 상동의 현실에 안주하고 있을 때, 다른 구단들은 새로 시설을 짓거나 기존 부지를 확장하고 시대에 맞게 시설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LG 뿐만 아니라 두산도 2014년 이천 베어스파크를 새로 열었다. 한화는 2018년 서산전용연습구장에 제2구장을 신설하며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SSG도 SK 시절이던 2019년, 강화 퓨처스필드에 1군 구장과 똑같은 야구장을 마련했다. KIA도 2013년 지어진 함평 연습장에 최첨단 시설을 구축, 2019년 대대적으로 확장해 함평 챌린저스 필드로 재탄생 시켰다.
29년 무관의 한을 풀어낸 LG는 이제 왕조를 향해 나아간다. 이제 롯데가 31년으로 무관의 기간이 가장 긴 팀으로 남게 됐다. 부럽다는 감정에 그쳐서는 안된다. 어떻게 지속 가능한 강팀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강팀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박준혁 신임 단장의 포부다. 육성이 당연히 기반이 되어야 한다.
물론 최신식 인프라가 육성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구단들과 비교적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펼쳐야 비슷한 성과라도 낼 수 있다. 롯데는 이 육성 인프라 싸움에서 완전히 뒤쳐져 있다. FA 선수 영입만 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롯데는 이제 정말 깨우쳐야 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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