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불빛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고... 겨울 낭만 가득한 장터
유럽의 겨울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낭만을 더한다. 따스한 불빛에 춥고 긴 겨울밤은 온기로 채워지고 축제로 이어진다. 지역의 특색을 가미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대개 11월 말부터 새해까지 이어진다.
체코 프라하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구시가지 광장에서 12월 2일 시작해 1월 6일 마무리된다. 대림절(성탄 전 4주간)이 시작되면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광장에 불을 밝힌다. 수공예품과 다양한 먹거리 상점이 방문객을 맞는다. 체코의 대표 크리스마스 음식은 잉어다. 고소하게 튀긴 잉어에 으깬 감자 샐러드를 곁들인다. 레드와인에 계피와 정향을 넣어 끓이는 스바르작(Svařák)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언 몸을 따스하게 녹이는 술이다.
1924년 체코에서 최초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 브르노에서는 이달 24일 오후 4시 자유광장에서 점등식이 열린다. 남부 보헤미아의 대표 관광지 체스키크룸로프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1842년 황금빛 라거 ‘필스너 우르켈’이 탄생한 플젠에서는 23일부터 한 달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스위스의 겨울 역시 대림절과 함께 시작된다. 광장과 골목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는 것도 이 무렵이다. 향신료를 넣고 데운 와인 글뤼바인(Glühwein), 반짝이는 조명, 아로마 향기가 도시를 낭만으로 가득 채우고, 장터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주민들 풍경도 정겹다.
취리히의 겨울은 중앙역에서 시작된다. 기차에서 내리면 글뤼바인과 시나몬 향이 솔솔 풍기고, 7,000개가 넘는 장식이 달린 15m 높이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마스트리가 시선을 잡는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달 23일부터 12월 24일까지 열린다. 중앙역 뒤편 스위스국립박물관 안뜰은 빛, 착시, 음악, 먹거리가 가득한 겨울 왕국으로 변모한다. 구시가지 니더도르프의 좁다란 골목길에는 성탄 기념품 매장이 펼쳐진다.
리마트 강변 오래된 건물의 개성 넘치는 조명은 취리히의 겨울을 대표하는 야경이다. 그중에서도 뾰족한 첨탑의 프라우뮌스터가 단연 눈에 띈다. 뮌스터호프광장에서 열리는 장터에서는 가이드 역사 투어도 운영된다. 명품 상점이 즐비한 반호프거리에는 1만1,550개의 크리스털 장식이 설치될 예정이어서 트램을 타고 즐겨도 좋다.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루체른의 해발 2,132m 필라투스 크리스마스 마켓을 추천한다. 유럽 가장 높은 곳에서 열리는 장터다. 루체른 호수 지역의 수공예품과 글뤼바인을 포함한 음식 코너가 마련되고, 크리스마스 캐럴과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호반마을 퀴스나흐트 암 리기(Küssnacht am Rigi)에서는 매년 12월 5일, 거대한 주교관(모자) 200개가 마을을 밝힌다. 안쪽에 촛불을 밝힐 수 있게 제작된 거대한 모자를 쓴 성인 남성들이 마을을 가로질러 행진하고, 종소리와 호른 소리가 거리를 채운다. 이날 루체른에서 이 마을까지 유람선을 운항한다. 바젤에서도 12월 라인 강가로 노을이 지면 조명을 밝힌 페리가 물살을 가른다. 퐁뒤를 즐길 수 있는 이브닝 크루즈로 운영된다.
스위스 헝가리 체코 독일 등에서 접근이 편리한 오스트리아의 빈은 유레일패스가 추천하는 크리스마스 여행지다. 빈의 크리스마스 축제는 지난 11일 시작돼 다음 달 26일까지 이어진다. 시청 앞 라타우스광장, 구시가지 중심 호프부르크광장, 마리아테레지아광장 등 구시가지에서만 3개 이상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독일 중부 튀링겐의 주도 에르푸르트에서도 성마리대성당 앞에서 이달 28일부터 12월 22일까지 동화 같은 크리스마스가 펼쳐진다. 캐럴이 연주되는 길거리에서 지역 공예품과 먹거리, 전통 기념품 상점 등이 판을 펼친다.
프랑스 북동부 콜마르는 프랑스와 독일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자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도시다. 아기자기한 상점이 들어선 리틀베니스 구역부터,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인 생마르탱성당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올해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달 23일부터 12월 29일까지 열린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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