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극장가는 戰場 … 황제와 제독의 '전투'가 시작된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11. 1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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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호아킨 피닉스 열연한
리들리 스콧 감독 '나폴레옹'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장식할
'노량:죽음의 바다'와 맞붙어
호아킨 피닉스 주연 '나폴레옹'. 소니 픽쳐스

올해 초겨울 극장에선 황제와 제독의 '혈투'가 벌어진다. 프랑스 제2제국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조선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을 다룬 대작이 합을 겨루기 때문이다.

'아우라'와 '천재성'으론 동서양에 적수가 없는 두 지도자가 짊어졌던 가혹한 운명과 내적 갈등을 응시하는 서사시 같은 작품이다. 올해 여름대작과 추석대작 상당수가 참패하며 극장이 외면받은 가운데, 올겨울 마지막 반전 여부가 주목된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나폴레옹'은 먼저 리들리 스콧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의 만남만으로도 세기의 관심을 끄는, 영화 개봉 자체가 하나의 '사건'인 작품이다.

영화 '조커'(2019) 이후 배우로서의 연기 정점을 찍는 중인 피닉스는 '글래디에이터'(2000) 이후 23년 만에 스콧 감독과 재회했다. 그는 '글래디에이터'에서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아들 콤모두스 역으로 비열한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황위 계승 서열 0순위였지만 본인의 욕심으로 실패했던 피닉스는 이번 '나폴레옹' 출연으로 '황제의 꿈'을 이뤘다.

12월 6일 개봉하는 '나폴레옹'은 무자비하고 야비하며 때로 비열하기까지 한 '인간 나폴레옹'의 액션 정치 스릴러로 알려졌다. 특히 나폴레옹이 '집착'했던 황후 조세핀과의 관계는 이 영화의 갈등구조의 중심을 이룬다. "나폴레옹은 아내 조세핀과의 낭만적 전쟁을 벌인다. 그는 '사랑을 얻기 위해' 세상을 정복했고, 실패하자 '그녀를 파괴하기 위해' 세상을 정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파괴했다."

조세핀 역에는 스콧 감독의 전작 '라스트 듀얼'(2021) 여주인공 버네사 커비가 열연했다. 유럽 전체를 자신의 구두 밑에 복속시키겠다는 야망이 단 한 명의 여성을 둘러싼 이야기였다는 사실, 끝내 유럽 위에 군림했지만 정작 한 여인의 마음은 '정복'하지 못했던 황제의 심리는 인간의 양면성을 고민케 한다.

김윤석 주연 '노량'. 롯데엔터테인먼트

12월 20일 개봉이 확정된 '노량: 죽음의 바다'는 1000만 관객 동원이 유력시되는 한국영화다. 1761만명이 관람한 '명량'(2014), 726만명이 찾은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트릴로지(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다. '명량'의 배우 최민식, '한산'의 배우 박해일에 이어 충무공 이순신으로는 배우 김윤석이 열연한다.

때는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 후 왜군들이 퇴각한다는 정보가 전해진다. 조명연합함대(조선과 명나라 연합수군)는 퇴각하는 일본함대를 속이려 한다. '이길 수 있는 형세를 만들어놓은 뒤에 싸운다'는 뜻의 선승구전(先勝求戰) 전략가였던 충무공의 지략이 극장에서 펼쳐진다. 명나라 도독 진린에 배우 정재영, 왜군 수장 시마즈로 역에 배우 백윤식이 연기한다.

객석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영화 '노량'의 절정을 이룰 '제독 이순신의 죽음' 신이다.

"부디 내 죽음을 말하지 말라(愼勿言我死)"는 충무공의 유언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관객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으니 이 신의 완성도는 배우 김윤석의 처절한 진정성에서 올 것이다. '타짜'(2006)의 아귀, '황해'(2010)의 면정학, '도둑들'(2012)의 마카오 박, '남한산성'(2017)의 김상헌, '모가디슈'(2021)의 한신성 등 맡은 배역마다 깊은 인상을 남긴 그가 이번엔 어떤 캐릭터를 완성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노량: 죽음의 바다'와 '나폴레옹'에 앞서 또 한 명의 '스트롱 맨' 캐릭터도 영화관을 찾는다. 11월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서울의 봄'이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바꿨던 12·12 쿠데타의 '9시간'을 들여다본다. 박 대통령 암살 이후 계엄령이 선포되지만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과 군인들의 정치 개입을 반대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대립을 다룬 영화다.

영화 속 이태신은 12·12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인 장태완 소장을 모티프 삼은 캐릭터다. MBC 드라마 '제5공화국'(2005)에서 배우 김기현이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 내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란 대사로 유명한 바로 그 인물을 배우 정우성이 연기한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기대했던 영화관은 반 토막 난 수치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10월 말 기준 1억79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9225만명을 약간 웃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10월 관객 수는 1억8561만명이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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