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 "내 모든 예술은 어둠에서 빛으로"

송광호 2023. 11. 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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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듯한 붉은색과 짙은 초록색.

유럽에 있는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에 가보면 성당 벽은 보석처럼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뤄져 있다.

원색으로 칠해진 다양한 그림들을 통과하며 성당 내부로 스며드는 찬란한 빛을 보고 있자면 마치 신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 모든 예술은 어둠에서 빛으로 향해야 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교회의 눈이므로, 안팎의 경계를 잘 이루면서도 빛을 잘 전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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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가톨릭회관서 특강…김 신부, 세계 10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에 꼽히기도
독일 쾰른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타는 듯한 붉은색과 짙은 초록색. 유럽에 있는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에 가보면 성당 벽은 보석처럼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뤄져 있다. 원색으로 칠해진 다양한 그림들을 통과하며 성당 내부로 스며드는 찬란한 빛을 보고 있자면 마치 신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같은 곡이 전하는 연쇄적인 음들의 축적도 비슷한 감정을 일으킨다. '신의 거룩함'이다.

중세 화가들은 천국에 있는 신을 생각하며 스테인드글라스 위에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성화(聖畵)를 새겨 넣었다. 김인중 신부도 마찬가지다. 그도 평생에 걸쳐 스테인드글라스에 신의 영광을 담길 소망했다.

"내 모든 예술은 어둠에서 빛으로 향해야 합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교회의 눈이므로, 안팎의 경계를 잘 이루면서도 빛을 잘 전달해야 합니다."

김 신부는 14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대강의실에서 열린 공개 특강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를 만나다'를 통해 이렇게 자신의 예술과 신앙 세계를 설명했다.

김 신부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후 스위스 프리부르대와 파리 가톨릭대학에서 수학했다. 1974년 도미니코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후에는 수사 화가로 활동했다. 현재까지도 프랑스 보베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계획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인중 신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중세 장인들이 평생에 걸쳐 그랬던 것처럼 신에 다가가기 위해 오랫동안 유리 위에 그림을 그려왔다. '영원한 빛'인 신을 찾는 작업은 그의 주된 주제였다. 세계 45곳에 그의 추상 회화가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돼 있다. 스위스 일간 르 마탱(Le Matin)은 세계 10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김 신부를 선정하기도 했다. 유럽 화단은 그를 가리켜 "빛의 화가"라 칭한다.

이날 그는 프랑스 리에주 생폴 대성당, 벨기에 브뤼셀 사크레쾨르 국립성당 등에 새겨진 자기 작품들을 소환했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선과 윤곽, 패턴, 리듬, 제스처, 그리고 색상을 통해 신의 길로 다가가는 긴 도정을 설명했다.

녹색은 '생명의 나무'를, 적색은 '그리스도가 흘린 피'를 상징한다. 푸른색은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 이미지가 반영된 '희망과 순수'를, 노란색은 '기쁨과 빛'을 나타낸다. 흰색과 검은색은 '빛과 어둠의 대조'를 드러낸다. 이 모든 색의 향연은 신의 영광과 관련이 있다. 빛이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어둠의 일에 가담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십시오.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모두 빛으로 밝혀집니다. 밝혀진 것은 모두 빛입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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