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염갈량이 콕 찍은 '그 선수'…트로피로 화답한 박동원
올해 LG서 재회…박동원 맹활약 속 통합우승 일궈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올해 LG 트윈스를 '챔피언'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이 사령탑으로 첫 발을 내디딘 건 2012년 말이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지휘봉을 잡은 그는 일찌감치 2013시즌 베스트 라인업을 확정해 공개하는 파격으로 눈길을 끌었다.
주어진 역할에 따라 시즌 준비도 달라야 한다는 지론에 따른 결정이었는데 그 중 박동원(LG 트윈스)의 이름은 단연 돋보였다. 새 시즌 주전 포수로 낙점한 박동원은 2010년 1군 7경기 출전 기록이 전부인 선수였기 때문이다.
박동원에게서 공격형 포수의 자질을 본 염 감독의 선택은 과감했고, 단호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밀어주겠다"며 박동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사령탑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서 박동원은 여러 시행 착오를 겪으며 성장해나갔다.
2016시즌을 끝으로 염 감독이 넥센을 떠나면서 끊어졌던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겨울 다시 시작됐다.
염 감독은 지난해 11월 6일 LG 사령탑에 부임했다. 그리고 보름 뒤 프리에이전트(FA) 박동원이 4년 65억원에 LG와 계약하며 이들은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은 나란히 '베테랑'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자리까지 올랐다. 염 감독은 넥센 이후 SK 와이번스를 거치며 지도자로 더 굵은 발자국을 남겼다. 박동원도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포수로 자리를 잡았다.
새 유니폼을 입고 출발하는 이들의 목표는 같았다. 염 감독은 사령탑으로 이루지 못한 '우승 감독'의 꿈이 간절했다. 정상에 서지 못한 박동원도 "야구를 하면서 우승해본 적이 없다. 나의 첫 우승이 LG 트윈스의 29년 만의 우승이었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올 시즌 쉼 없이 내달렸다. 박동원은 5월까지 15홈런을 터뜨리는 등 LG의 선두 도약을 이끌었다.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팀 평균자책점 1위(3.67)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정규시즌을 1위로 통과한 LG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오른 한국시리즈에서도 힘을 잃지 않았다. LG는 1차전 패배 후 4연승을 내달려 4승1패로 통합 우승을 확정했다.
박동원의 활약도 눈부셨다. 박동원은 2, 3차전에서 역전 홈런을 날리는 등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13(16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2차전에선 선발 투수 최원태가 ⅓이닝 만에 강판된 후 7명의 불펜 투수들을 이끌고 추가 실점 없이 버텨 역전승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최우수선수(MVP) 선수와 별도로 감독 선정 MVP에게 사비를 털어 상금 1000만원을 주겠다"고 공언했던 염 감독의 마음을 흔든 이도 박동원이다.
염 감독은 우승 확정 직후 "박동원과 불펜 투수 유영찬에게 500만원씩 나눠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전해들은 박동원이 "약속대로 1000만원을 주셔야 한다"고 요청하자, 염 감독은 흔쾌히 이를 수용해 박동원과 유영찬에 10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대신 FA로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박동원에게는 "고참들에게 밥을 사라"는 조건을 달았다.
10년 전 처음 기회를 준 선수가, 그토록 원했던 우승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준 셈이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이제는 내가 동원이의 눈치를 본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넥센 시절부터 함께했으니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아서 해준다. 싫은 소리를 해도 그 뜻을 잘 알아채고 받아들인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2014년 사령탑과 선수로 함께했던 한국시리즈 첫 도전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9년 뒤에는 전혀 다른 기억을 썼다.
박동원은 "2014년에는 나는 준비가 너무 안 됐던 것 같다. 다음에 또 기회가 오면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는데, 10년 전에 나를 키워주신 감독님에게 도움이 돼 보답한 것 같다. 감사한 마음 밖에 없다"며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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