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염갈량이 콕 찍은 '그 선수'…트로피로 화답한 박동원

김주희 기자 2023. 11. 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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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 넥센 유망주 박동원 주전 포수 발탁
올해 LG서 재회…박동원 맹활약 속 통합우승 일궈
【대구=뉴시스】박문호 기자 = 28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초 2사 만루에서 홈런을 친 9번 박동원이 염경엽 감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15.05.28. go2@newsis.com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올해 LG 트윈스를 '챔피언'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이 사령탑으로 첫 발을 내디딘 건 2012년 말이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지휘봉을 잡은 그는 일찌감치 2013시즌 베스트 라인업을 확정해 공개하는 파격으로 눈길을 끌었다.

주어진 역할에 따라 시즌 준비도 달라야 한다는 지론에 따른 결정이었는데 그 중 박동원(LG 트윈스)의 이름은 단연 돋보였다. 새 시즌 주전 포수로 낙점한 박동원은 2010년 1군 7경기 출전 기록이 전부인 선수였기 때문이다.

박동원에게서 공격형 포수의 자질을 본 염 감독의 선택은 과감했고, 단호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밀어주겠다"며 박동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사령탑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서 박동원은 여러 시행 착오를 겪으며 성장해나갔다.

[수원=뉴시스] 조성우 기자 =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LG 6회초 공격 무사 주자 1루서 역전 2점 홈런을 때린 박동원을 맞이하고 있다. 2023.11.10. xconfind@newsis.com

2016시즌을 끝으로 염 감독이 넥센을 떠나면서 끊어졌던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겨울 다시 시작됐다.

염 감독은 지난해 11월 6일 LG 사령탑에 부임했다. 그리고 보름 뒤 프리에이전트(FA) 박동원이 4년 65억원에 LG와 계약하며 이들은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은 나란히 '베테랑'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자리까지 올랐다. 염 감독은 넥센 이후 SK 와이번스를 거치며 지도자로 더 굵은 발자국을 남겼다. 박동원도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포수로 자리를 잡았다.

새 유니폼을 입고 출발하는 이들의 목표는 같았다. 염 감독은 사령탑으로 이루지 못한 '우승 감독'의 꿈이 간절했다. 정상에 서지 못한 박동원도 "야구를 하면서 우승해본 적이 없다. 나의 첫 우승이 LG 트윈스의 29년 만의 우승이었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올 시즌 쉼 없이 내달렸다. 박동원은 5월까지 15홈런을 터뜨리는 등 LG의 선두 도약을 이끌었다.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팀 평균자책점 1위(3.67)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정규시즌을 1위로 통과한 LG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오른 한국시리즈에서도 힘을 잃지 않았다. LG는 1차전 패배 후 4연승을 내달려 4승1패로 통합 우승을 확정했다.

박동원의 활약도 눈부셨다. 박동원은 2, 3차전에서 역전 홈런을 날리는 등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13(16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2차전에선 선발 투수 최원태가 ⅓이닝 만에 강판된 후 7명의 불펜 투수들을 이끌고 추가 실점 없이 버텨 역전승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수원=뉴시스] 김근수 기자 =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6회초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 LG 박동원이 2점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23.11.10. ks@newsis.com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최우수선수(MVP) 선수와 별도로 감독 선정 MVP에게 사비를 털어 상금 1000만원을 주겠다"고 공언했던 염 감독의 마음을 흔든 이도 박동원이다.

염 감독은 우승 확정 직후 "박동원과 불펜 투수 유영찬에게 500만원씩 나눠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전해들은 박동원이 "약속대로 1000만원을 주셔야 한다"고 요청하자, 염 감독은 흔쾌히 이를 수용해 박동원과 유영찬에 10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대신 FA로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박동원에게는 "고참들에게 밥을 사라"는 조건을 달았다.

10년 전 처음 기회를 준 선수가, 그토록 원했던 우승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준 셈이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이제는 내가 동원이의 눈치를 본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넥센 시절부터 함께했으니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아서 해준다. 싫은 소리를 해도 그 뜻을 잘 알아채고 받아들인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2014년 사령탑과 선수로 함께했던 한국시리즈 첫 도전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9년 뒤에는 전혀 다른 기억을 썼다.

박동원은 "2014년에는 나는 준비가 너무 안 됐던 것 같다. 다음에 또 기회가 오면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는데, 10년 전에 나를 키워주신 감독님에게 도움이 돼 보답한 것 같다. 감사한 마음 밖에 없다"며 진심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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