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쓰자!과학용어] ⑫수소수→물...화학 부문 용어
[편집자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할 때 의미 전달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용어라고 애써 회피해도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진·기상 재해, 후쿠시마 오염수, 최첨단 기술 등장 등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선뜻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렵고 일부는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이처럼 전환이 필요한 용어들을 선별해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제안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화학회, 한국기상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이번 기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제시되는 대체 용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용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대한화학회의 도움을 토대로 화학 분야에서 두루 쓰이고 있는 전문용어지만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잘못 쓰이고 있거나 오인하기 쉬운 단어들을 꼽았다. 화학 분야 용어는 일상 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곧바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정확한 뜻이 전달되지 않는 용어도 적지 않다. 대한화학회는 대체 가능한 용어들을 제안하면서도 학계는 물론 국민들과도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59. 소분자→작은 분자
영어로는 'small molecule'라고 쓰는 화학 용어 '소분자'는 작을 소(小)를 우리말인 '작은'으로 대체해 '작은 분자'라고 표기할 수 있다. 분자는 2개 이상의 원자들이 강하게 결합돼 이뤄진 단위체로, 화합물의 최소 단위다. 분자량이 1000 이하인 저분자(low molecule)로 이뤄진 유기 화합물을 소분자(작은 분자)라고 한다. 반대로 분자량이 약 1만 이상인 분자를 거대분자라고 한다. 이러한 거대분자로 구성된 물질은 '고분자(폴리머)'다.
60. 게르마늄→저마늄
원소기호 'Ge'로 나타내는 원소 게르마늄은 흰색이 도는 은색 물질로, 반도체 산업의 핵심 재료로 각광받는 물질이다. 게르마늄은 'Germanium'을 독일식 발음으로 읽은 표현으로, 영어식 발음으로는 '저마늄'이라고 읽을 수 있다. 2005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독일어식 혹은 일본어식으로 들여온 화합물 용어를 KS규격에 맞춰 새롭게 부르는 표기법을 정했다. 해당 표기법에 따르면 게르마늄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발음에 따라 '저마늄'으로 표기한다. 같은 규칙에 따라 요오드(l)은 '아이오딘'으로, 나트륨(Na)은 소듐으로 표기하게 됐다.
61. 수소수, 산소수, 육각수→물
수소수, 산소수, 육각수는 모두 '물'로 순화할 수 있다. 색·냄새·맛이 없는 액체인 물은 산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2개가 결합해 만들어진 물질(H₂O)이다. 이 상태에 수소나 산소를 좀 더 첨가한 상태의 물을 수소수, 혹은 산소수라고 한다. 물의 상태를 화학적 구조로 나타내면 5각형 고리구조, 6각형 고리구조, 5각형 사슬구조가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6각형 고리구조의 비율이 높은 물을 육각수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수소수, 산소수, 육각수도 결국 기본적으로 산소와 수소를 기반으로 한 액체인 물을 세분화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기업과 언론이 만들어낸 과학적 근거가 없는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됐던 사례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62. 비등점→끓는점
비점이라고도 불리는 비등점은 '끓는점'과 같은 말이다. 액체가 끓기 시작하는 온도를 말한다. 정확히는 액체의 온도를 높임에 따라 증가하는 액체의 증기압이 외부 압력과 같아지는 온도다. 비등점은 한자인 끓을 비(沸), 오를 등(騰)으로 이뤄진 단어로, 끓어오르는 점이라는 뜻이 된다. 액체를 끓이면 흡수된 열이 액체 분자 간 인력을 끊으면서 기체로 상태가 변하는데, 끓은 액체는 기체 상태가 되어 대기로 날아오르기 때문에 비등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63. 저분자→적은 분자량 분자
시중에서 판매되는 '저분자콜라겐', '저분자효소' 등은 분자량이 약 1000 이하인 저분자량 화합물로 이뤄진 의약품 혹은 식품이라는 의미다. 이때 분자량은 분자의 개수가 아니라 분자의 질량으로,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량의 합이다. 탄소 원자의 원자량 '12'를 기준으로 각 분자의 상대적 질량을 이와 비교해 얻는다. 전문가들은 낮을 저(低)를 붙인 한자어 저분자 대신 ' 분자량이 적다'는 의미에서 '적은 분자량 분자'라고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저소득·소외계층의 복지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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