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삼성 제쳤다…회계 가이던스 영향?

남정현 기자 2023. 11. 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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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당기순익 메리츠화재 4963억원, 삼성화재 제치고 첫 1위
원수보험료 기준으로는 5위권으로 떨어져..회계 가이던스 변경 최대 수혜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메리츠화재가 올 3분기 삼성화재를 제치고 손보업계에서 당기순익 1위를 차지했다. 분기 기준이긴 하지만 삼성화재를타 보험사가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정한 회계제도(IFRS17)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화재의 시장점유율은 4~5위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 3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4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4343억원)보다 1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는 전 분기(6032억원)보다 28.8% 줄어든 4295억원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은 전 분기(4556억원) 대비 18.8% 감소한 369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괌 태풍과 8월 하와이 산불 사고 등 일시적인 요인과 함께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새 회계제도(IFRS17)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CSM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의 이번 분기 실적은 IFRS17가이드라인 적용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손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BEL(최선 추정부채)은 약 8000억원 이상 감소했고, CSM은 약 6000억원 증가했다. 손실부담계약비용 환입과 예실차 등 일시적으로 발생한 세전이익은 약 1000억원이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IFRS17 도입과 맞물려 감독당국 권고사안이기도 했던 가이드라인을 모두 반영하면서 실적 변동성이 있었다"며 "보험계약마진 증가는 실손 가정이 보수적이었기 때문이고 이로 인한 일시적 이익이 1000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시장점유율 지표인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놓고 보면 메리츠보험의 순위는 5위권으로 밀린다. 6월 말 기준(퇴직연금 제외) 삼성화재 9조9355억원, 현대해상 8조4016억원, DB손보 8조3905억원, KB손보 6조3813억원에 이어 메리츠화재는 5조6015억원에 그쳤다. 퇴직연금을 포함하더라도 KB손보를 제친 4위에 랭크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분기 실적은 일시적인 효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경우가 있어 크게 의미 있는 지표가 아니다"며 "또 당기순이익과 달리 원수보험료를 봐야 보험 영업 본연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삼성화재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조643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2837억원을 뛰어 넘은 수치다. 메리츠화재는 1조335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 DB손보는 전년 동기보다 8.2% 줄어든 1조2642억원을 기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는 본업에 집중한다는 경영전략으로 계리적 가정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3분기 실적 축소는 자동차보험의 계절적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보험업계에선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메리츠화재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IFRS17 시행 전 보험감독회계 도입방안과 관련해 할인율·위험조정만 기준을 제시하고 계리적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도입 직전 보험사들이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할 때도 자율에 맡기겠단 입장을 지켰다.

하지만 이후 올 초 들어 입장을 바꿔 IFRS17 적용과 관련해 "보험사는 자체적인 경험통계, 합리적인 근거·방법 등을 활용해 최적 또는 '편향되지 않은 가정'으로 보험부채를 평가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서 편향되지 않은 가정에 대해선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낙관적 또는 보수적인 가정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도 공개된 가이드라인은 보수적으로 적용됐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겸 메리츠화재 대표의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 '예실차' 발언 논란 시기와 겹쳤다. 예실차는 IFRS17 하에서 보험사가 보험금, 사업비 등으로 자금이 빠저나갈 것으로 추정한 몫과 실제로 발생한 현금 유출 규모의 차이를 뜻하는데, 김 부회장은 자사가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했고 예실차가 플러스로 이익이 더 많이 날수록 더 신뢰할 만한 보험사라고 해석될 만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부회장은 1분기 실적발표회가 열린 5월15일 "예실차가 각 회사별로 얼마가 되는지를 보면 그 회사가 가정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쓰는지, 얼마나 공격적으로 쓰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며 "메리츠는 예정 대비 실제 손해율이 90% 밖에 안될 정도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계리적 가정을) 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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