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상 수상 한강 “수상 순간보다 소설 완성했을 때 더 기뻤다”

임지선 기자 2023. 11. 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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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세 여성 시선으로 제주 4·3 비극 풀어
“완성하기까지 7년...정말 힘들게 썼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을 못했다”며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는데, 상 받은 순간이 기쁜 게 아니라 소설 완성한 순간이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귀국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1년 4월 말 소설을 완성했는데 중간에 완성을 못할 것 같은 고비도 많았다. 워낙 힘들게 썼다. 이 소설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는 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페미나상, 르노도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권위 있는 상이다. 한강 작가는 2017년 <희랍어 시간>으로 같은 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올해 포르투갈 작가 리디아 호르헤와 함께 만장일치로 공동수상을 했다.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 8월 프랑스 출판사 그라세에서 <불가능한 작별>(최경란·피에르 비지우 옮김)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그는 이날 프랑스어판 제목과 관련해 특별히 언급했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는 뜻은 정말 이별을 고하지 않고 행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뜻이 중첩되어 있다. 소설 제목을 어떻게 번역할지 궁금했다”며 “한국어에서는 주어를 생략할 수 있다. 작별하지 않는 행위의 주체가 나일 수도 있고, 너일 수도 있고, 그나 그녀일 수도, 우리일 수도 있지만 유럽에서는 주어를 정해야 한다. 제목을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라고 붙여서 절묘하게 주어를 특정하지 않고 의미를 살린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은 인간성의 아래로 내려가서 그 아래에서 촛불을 밝히는 이야기”라며 “그렇게 애도를 끝내지 않는,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런 마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에서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다. 역사적으로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기획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희랍어 시간> 이후 밝은 내용을 쓰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그 이유를 찾으며 제 안으로 파고들어 가다가 제가 만 9살에 간접 경험을 했던 광주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걸 대면하고 글로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제겐 최근작이고 지금까지도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소설이기에 소식을 들었을 때 더 기뻤다”며 “다음 작품은 오래전부터 앞으로 더 밝은 소설을 쓰겠다고 이야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면서 너무나 추웠기 때문에 이제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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