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가 받은 상에 내 이름이"…'전설'을 동경했던 '1475억' 대만계 루키, 드디어 나란히 섰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나도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14일(한국시각) 2023년 올해의 신인왕을 발표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거너 헨더슨, 내셔널리그에서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코빈 캐롤이 모두 '만장일치'로 생애 단 한 번 밖에 없는 영광을 품에 안았다.
수상자 중 캐롤은 지난 201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애리조나의 지명을 받은 뒤 지난해 처음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캐롤은 데뷔 첫 해 32경기에 출전해 27안타 4홈런 14타점 13득점 타율 0.260 OPS 0.830으로 두각을 나타내더니, 올해 본격 주전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특히 첫 시즌에 남긴 임팩트가 어마어마했던 만큼 캐롤은 2022시즌이 끝난 뒤 애리조나와 8년 1억 1100만 달러(약 1475억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옵션도 포함이 돼 있는데, 8년 계약이 종료된 후 2031시즌 구단 옵션이 실행될 경우 계약규모는 1억 3400만 달러(약 1781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애리조나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캐롤은 올해 155경기에 출전해 161안타 25홈런 76타점 116득점 54도루 타율 0.285 OPS 0.868의 성적을 남겼는데, 시즌이 후반부로 향하는 과정에서 줄곧 '신인왕 후보'로 거론돼 왔다. 특히 캐롤은 메이저리그 신인 '최로'로 25홈런-50도루의 기록까지 만들어냈다. 그 결과 캐롤은 내셔널리그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일본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캐롤은 '만장일치'로 신인왕에 선정된 것에 대해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수년간 취재를 해왔던 기자분들이 뽑아주신 것은 가치가 있다. 특히 올해는 다른 세 명의 후보도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캐롤은 아마추어 시절 '전설' 스즈키 이치로를 동경하며 자랐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지만,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해 157경기에 나서 242안타 8홈런 69타점 127득점 56도루 타율 0.381 OPS 0.838의 엄청난 활약을 펼친 끝에 신인왕으로 선정됐다. 특히 이를 시작으로 이치로는 10시즌 연속 200안타를 치는 등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고, 현재는 '레전드'로 불리고 있다.
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을 품게 된 캐롤은 "신인왕은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이치로는 내가 중-고등학생 때 계속 동경하고, 존경해 온 선수다. 이치로가 받았던 상에 내 이름이 나열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가 젊은 세대들에게 영향을 줬듯이 나도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캐롤은 "이치로는 자신의 플레이에 약점을 갖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선수로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있고 싶어 했고, 그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 모습을 동경하며 자랐다"며 "이치로는 큰 몸집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지만, 여러 방법으로 경기에서 임팩트를 줬다. 강견, 호수비, 안타를 치는 능력 등에서 비슷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캐롤은 이번 신인왕 수상을 바탕으로 아시아 또는 아시아계 선수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음을 희망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몇 가지 있다. 특히 아시아계 선수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하면, 몸집이 크지 않아도 경기에서 임팩트를 주는 능력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다"며 "또 한 가지는 야구를 리스펙하는 것이다. 플레이로 110% 효과를 다 내는 것. 이런 것들을 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캐롤은 "이는 개인이 주목받는 명예라기보다는 팀에게 혜택을 주게 돼 기쁘다. 나를 스카우트해 준 애리조나의 신뢰오 기대에 부응하고, 이렇게라도 보답할 수 있었던 것이 매우 특별한 일"이라며 "신인왕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지만, 장기계약을 맺어준 팀과의 신뢰에 부응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이치로를 동경하며 자란 '대만계' 루키는 이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스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캐롤이 아시아계 선수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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