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복원되지만 의제설정부터 ‘치열한 샅바싸움’ 예고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전격 복귀하기로 하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개점 휴업 상태였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가동될 예정이다. 노사정은 조만간 경사노위에서 다룰 의제 논의에 들어간다. ‘어떤 의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릴지’가 대화의 향방을 가를 수 있어서 노사정 간 샅바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로서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한 노·정 간 메시지 교환이 마무리된 만큼 경사노위는 의제개발·조정위원회를 가동해 대화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실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에서 의제가 확정되면 경사노위는 본위원회를 열고 안건을 의결하는 절차를 밟는다.
정부는 내년 4월 총선 전 경사노위에서 ‘노사정 합의’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싶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총선까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박근혜 정부 때처럼 주고받는 항목이 많은 ‘빅딜’보다는 ‘스몰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2015년에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저성과자 해고·취업규칙에 대한 지침을 추진하면서 한국노총이 합의를 파기한 전례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노사정 대화 의제로 올려 ‘총선 전 원포인트 입법’을 구상하고 있다.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직종에서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주 69시간’의 불씨를 살려둔 개편 방향에 반대한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근로시간 개편뿐 아니라 노동계가 원하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를 노동관계법 안으로 끌고 들어와 보호하는 입법 방안 등도 함께 의제에 넣을 계획이다.
정부는 속도를 내고 싶어하지만 한국노총 기류는 다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지난 13일 대통령실이 사회적 대화 복귀 요청 메시지를 내자마자 복귀 입장을 밝혔다. 일정 기간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흔쾌한 마음’으로 복귀한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노동운동을 공격하고 있으며 정부의 노동개혁은 거짓개혁”이라는 한국노총 인식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노총 내 대화 반대파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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