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스케이트장, 축구장으로 바꾸자[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3. 11. 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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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피드스케이팅징 전경. 폭은 링크만 68m다. 양쪽 5m 공간을 합하면 78m 안팎에 이른다. 선수 보호공간이 필요한 축구장을 짓고도 남는 크기다. 연합뉴스



프로야구는 돔구장을 갖고 있다. 폐쇄형으로 지어진 고척돔이다. 키움은 이곳에서 1년 내내 홈경기를 치른다. 다른 9개 구단도 이곳을 쓴다.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춥거나, 덥거나 야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잠실주경기장 일대는 2026년부터 재개발된다. 서울시는 이곳에 3만석 이상 야구 돔구장을 건설한다. 프로젝트가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국내 야구 돔구장이 두 개가 된다. KBO리그 전체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축구 돔구장은 아직 없다. 축구는 비가 오고 눈이 와도 할 수 있지만, 겨울이 길고 여름이 무더운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국내 실내축구장이라고는 경주 에어돔구장이 사실상 유일하다. 관중석이 너무 적고 높이가 30m 안팎인 게 아쉽다.

한여름, 한겨울, 장마 속에서도 축구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서 축구 돔구장을 갖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최근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을 축구 돔구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곳은 가로로 긴 형태다. 길이가 190m를 넘는다. 폭은 링크 밖 양쪽 5m씩 여유 공간을 포함하면 80m에 육박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국제경기는 64m X 100m와 75m X 110m 규격 사이 경기장에서 열려야 한다. 링크 위에 인조잔디를 깔고 양쪽 링크 밖 공간을 선수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은 보호 구역으로 쓰면 축구장으로 만들고도 남는 크기다. 좌석은 현재 8000석 규모로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약간 늘릴 여지도 있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은 폐쇄형 돔이다. 천연잔디, 하이브리드 잔디는 깔 수 없다. 100% 인조잔디를 설치해야 한다. 인조잔디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이건 과거 학교 운동장에 깔린 인조잔디를 사용하면서 생긴 선입견이다. 현재 인조잔디 수준은 천연잔디에 육박한다. FIFA도 여자월드컵을 시작으로 인조잔디구장에서 공식 경기를 하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러시아, 노르웨이 등 유럽 북쪽 나라들은 인조잔디에서 프로 경기를 하고 있다. 잉글랜드에도 FIFA가 정식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공인한 인조잔디구장이 수백개에 이른다.

국내에 깔린 인조잔디 구장 중 최고 제품이 설치된 곳은 FC서울 구리 클럽 하우스다. 이곳 인조잔디에서는 FC서울 유스팀이 훈련한다. 천연잔디구장은 프로선수들이 사용한다. 둘 간 차이는 얼마나 될까. 두 곳을 모두 사용해본 유스 출신 FC서울 선수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FC 서울 관계자는 “유스 출신 프로 선수 5,6명에게 문의했는데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FIFA도 인조잔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도 인조잔디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선수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조잔디를 무작정 거부할 수만는 없다. 천연잔디 수준으로 뛰어난 인조잔디라면, 천연잔디 육성이 힘든 우리나라로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게 현명하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은 평창올림픽 이후 정기적인 가동이 중단됐다. 엄청난 돈을 들여 건설됐지만, 올림픽 이후 무용지물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회 자체가 적은 데다, 강릉까지 정기적으로 가서 훈련하는 팀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겨울에만 운영하고 그 외에 놀리는 것은 소위 ‘얼음 얼리는 값’도 안 나온다. 그래서 연간 20억원 이상 운영비만 들어갈 뿐 1년 내내 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도 묘수가 없다. 생선 냉동 창고로 쓰자는 의견까지 거론된 지경이다.

축구 팬 입장에서는 멋진 축구 전용 돔구장을 보고 싶을 것이다. 오랜 축구기자로서 바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면 일단 기존 시설을 돔구장으로 변경해 사용해보는 게 어떨까. 사용 횟수가 많아지고 운영비 충당을 넘어 수익까지 낼 수 있다면 축구 돔구장이 늘어나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이 냉정하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문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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