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도 줄이고 랍스터도 먹어요" 효원고의 급식 프로젝트 보니[르포]

박종대 기자 2023. 11. 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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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말부터 잔반·잔식 줄이기 운동 시행, 도의회 조례로 이어져
전년 대비 학생 1인당 평균 잔반량 353→171g 감소, 하루 평균 160㎏↓
매달 50만원씩 음식물 처리비 절약, 수능 앞두고 특식 제공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14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랍스터를 배식하고 있다. 탄소중립시범학교로 운영 중인 효원고는 학교 급식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활동 결과 전년대비 처리비용 49.2% 절감, 쓰레기발생량 55% 감소에 적극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랍스터 테일 구이를 점심 식단으로 제공했다. 2023.11.14.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모든 학우가 잔반 줄이기에 동참한 노력으로 먹는 랍스터라 더욱 보람되고 맛있게 느껴져요."

14일 낮 12시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 2학년 급식실.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들이 점심급식을 먹기 위해 한 줄로 서서 급식실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학생들의 표정은 평소 점심급식을 기다리던 모습과는 달리 살짝 상기된 얼굴로, 급식실에서 배식되는 메뉴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이날 효원고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두고 전교생에게 특식이 나오는 날이었다. 바로 랍스터 테일 하프구이와 미트스파게티였다.

효원고는 어떻게 랍스터를 먹게 됐을까

반찬으로는 미트볼과 수제야채피클이 나왔고, 후식으로 이탈리아 P사의 초콜릿과 요쿠르트가 제공됐다. 초콜릿 겉포장지에 수능을 치를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원하는 대(大)로 간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학생들은 식판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먹을 법한 메뉴가 먹음직스럽게 담기자 입맛을 다시면서 같이 온 친구들과 테이블에 앉았다.

특히 3학년 학생들은 이날 특식이 수능 전후로 교내에서 먹는 사실상 마지막 점심급식이었다. 학교 측은 그동안 수험 준비를 위해 고생한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아이들이 대기하는 급식실 바닥에 '합격으로 가는 길'이라고 큼지막한 글씨로 적혀있는 꽃길 문양이 인쇄돼 있는 현수막을 깔아놨다.

편안하게 테이블에 앉은 학생들은 조리사들이 지급한 일회용 비닐 위생장갑을 한 손에 착용하고, 오븐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랍스터 요리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푸짐하게 나온 식사를 즐겼다.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 학생들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랍스터살에 감자샐러드와 피자 토핑용 치즈까지 곁들여져 맛과 풍미를 배가시켰다.

2학년에 재학 중인 권혁준(17) 군은 "우리 학교만의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자부심이 느껴진다"며 "평소에도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급식이 맛있게 제공돼 잔반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잔반 줄여 일석삼조 효과 '톡톡'

이날 효원고가 약 1100명이 넘는 전교생과 교직원에게 랍스터를 급식으로 제공한 것은 학생과 교직원 등 교육구성원 모두가 잔반·잔식 줄이기 운동에 동참한 데 따른 노력의 산물이다.

효원고는 지난해 9월 27일부터 학교급식 잔반 줄이기와 잔식 기부를 시행했다. 매일 버려지는 음식물을 처리하는 데 매달 소요되는 비용만 150만원에 달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14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랍스터를 먹고 있다. 탄소중립시범학교로 운영 중인 효원고는 학교 급식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활동 결과 전년대비 처리비용 49.2% 절감, 쓰레기발생량 55% 감소에 적극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랍스터 테일 구이를 점심 식단으로 제공했다. 2023.11.14. jtk@newsis.com


학교 측은 이를 과감히 줄여 지구와 학생, 이웃에 쓰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환경 보호', '급식의 질 향상', '소외된 이웃돕기' 등 일석삼조 효과를 기대했다.

학생들은 점심급식에서 먹다남은 잔반을 최소화했고, 학교 측은 정확하게 식수인원을 예측해 최대한 잔식을 줄였다.

모든 배식이 끝나고 손도 대지 않은 깨끗한 잔식은 총 2곳에 각각 지원된다. 우선, 지난해 9월 말부터 저소득 취약계층 재가어르신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효경의손길'에 제공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추가로 협약을 체결해 장애인과 무의탁 노인, 결손 아동, 노숙인에게 365일 무료 급식을 나눠주고 있는 '예성나눔의집'에 지원하고 있다.

매일 오후 2시 푸드뱅크 업체 관계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확보한 잔식을 두 곳으로 실어나르기 때문에 점심배식을 마치고 체력이 방전돼 있는 급식실 인력도 손을 덜 수 있도록 했다.

효원고의 이러한 음식물 줄이기 노력은 경기도의회를 거쳐 관련 조례로 만들어졌다. 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문승호 의원은 지난 8월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지난달 11일 공포됐다.

문 의원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급식 잔반처리 비용은 2021년 85억원, 2022년 113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잔식 기부 활성화 조례로 이어진 성과

해당 조례에서는 ▲교육감 등의 책무 ▲협력체계 구축에 관한 사항 ▲잔식기부 활성화 계획 수립에 필요한 사항 ▲실태조사에 관한 사항 ▲학교급식관계교직원의 책임감면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했다.

효원고 노력은 음식물 배출 절감 결실로 이어졌다. 2022년 학생 1인당 평균 전반 배출량이 353g에 달했는데, 올해는 171g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약 160㎏ 가량 감소했다. 이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매달 50만원씩 절약했다.

효원고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이용하는 급식실을 총 3개 운영하고 있다. 학교 측은 급식실에 학생 동참에 따른 월별 잔반 배출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이를 그래프로 만든 도표가 부착해놨다. 이 도표에는 11월 한 달 동안 1인당 평균 잔반량 150g의 도전 과제가 표시돼 있다.

박정소 효원고 영양교사는 "1년 넘게 학생과 교직원 동참 아래 잔반과 잔식 줄이기 운동을 통해 절감한 비용에 더해 급식실 운영비 등을 보태 수험생과 재학생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랍스터 메뉴를 특식으로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영수 효원고 교장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참여해준 학생들이 너무 고맙다"며 "학교에서 배운 이같은 생활습관이 일회성이 아닌 지구환경을 아끼기 위한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하며,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에게도 이번 특식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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