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50권 민담집 내는 황석영 “서구 민담은 왕후장상, 우리 민담은 백성이 주인공”

임지선 기자 2023. 11. 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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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등단 이후 60년 넘는 세월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황석영 작가가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시리즈’ 출간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 시대를 살았던 어른으로서 어린 손자·손녀들에게 남겨주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썼습니다.”

황석영 작가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아이휴먼) 50권 시리즈를 출간한다. 1권은 단군신화와 고구려·백제·신라의 시작, 2권은 연오랑과 세오녀, 3권은 해님 달님, 4권은 우렁각시, 5권은 지하 마왕고 한량을 다뤘다. 1부 10권에서는 서울과 경기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고, 2부는 충청도와 전라도, 3부는 강원도와 경상도, 4부는 제주도와 여러 섬들, 5부는 이북 지방 이야기로 채울 예정이다.

황 작가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민담은 백성들의 이야기고 그것이 쌓여서 역사가 된다. 역사로 넘어가기 전 민초들의 이야기가 민담이라면, 제 소설은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부르면 좋겠다”며 “그 민담을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 써서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시민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데 세계시민으로 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가 누군지, 자기 정체성을 잘 알아야 한다.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자기 것을 사랑할 때 남의 것도 존중할 수 있다”고 민담집에 주목한 이유를 설명했다.

민담집 출간은 3년 전 서재를 정리하는 데서 시작했다. 책장을 정리하던 그는 한 구석에서 상자를 찾았다. 상자에는 1998년 석방된 이후 1년간 소설을 쓰려고 민담을 정리해둔 자료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20년 가까이 책장 속에서 잠자던 ‘보물’ 박스를 발견하고 출판사와 협의를 한 것.

이번 시리즈에 실린 민담들은 조선시대 민담집 ‘대동야승’과 ‘어우야담’, 일해재단이 낸 ‘한국구두문학전집’ 등에서 정리된 내용들. 그는 “민담에 유명한 인물이나 정치, 역사 이야기가 많이 섞여 있는데 이 중에서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동원해서 접할 수 있는 기담이나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추려냈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서구 동화들을 보면 많은 부분에 왕후장상, 신분이 높은 공주, 높은 계급 출신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 민담은 그야말로 백성들 이야기”라며 “우리 민담에는 논도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소금장수 이야기 같은 보통 백성들 이야기가 많고, 서구 동화에 비해 상상력이 굉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민담이 그림 동화나 안데르센 동화보다 훨씬 더 인상적인 작품이 많다”며 “100편을 골라내고 있는데 내가 하면서도 재미있다”고 전했다.

황 작가는 “지금 군산에 사는데 도심지에도 폐교된 학교가 생긴다. 애들이 없다. 어린이들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이 책이 많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다는 말 서너 차례 있다가 안 되고 부커상도 후보 올라가서 떨어지고, 상복은 없지만 상업적 효과는 꽤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아이들이 읽을 책이라 출판사에서 ‘했어요’ ‘했습니다’ 등 존칭을 써야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하다보니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되더라”며 “민담이 때로는 너무 잔혹한데, 그런 부분은 피했다”고 했다.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은 이달 5권까지 먼저 출간되고 앞으로 매달 2~3권씩 2025년까지 총 50권을 낼 계획이다. 책은 영어와 중국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로도 번역되며 애니메이션, 무빙툰 등 다양한 2차 콘텐츠로도 나올 예정이다.

황석영은 “민담을 쓰다보니 제 상상력도 깊어졌다”며 다음 장편 소설 계획도 말했다.

“요즘 하루 한두 시간씩 새만금 개간지에 있는 650년 된 팽나무를 가만히 보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왕조 역사와 같은 나무가 살아있는 거예요. 나무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소설을 구상하고 있는데 그걸 마지막 작품으로 쓰고 절필할까 싶지만 그건 황석영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 황석영은 손가락을 떨면서 (글을) 끝내야 근사하지 않나 싶어요. 다음 작품을 가슴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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