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로서 모든 손주들과 이야기 나누고파" 황석영, 등단 60여년 만에 첫 어린이 책 출간

진달래 2023. 11. 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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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산 할아버지로서 모든 손자, 손녀, 모두 다 내 새끼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황석영(80) 작가가 등단 60여 년 만에 처음 어린이 독자를 위한 책을 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황 작가는 "어렸을 때 저는 할머니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기회가 없고, 대신 잠들기 전 어린이책을 부모들이 많이 읽어주더라"며 민담집을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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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개 이야기 엄선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출간
내년 4월까지 총 50권 출간 예정…영상도 제작해
"평민 주인공인 우리 민담, 콘텐츠로서의 경쟁력
세계 시민으로서 나의 정체성 알아가는 계기 되길"
황석영 소설가가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 시대를 산 할아버지로서 모든 손자, 손녀, 모두 다 내 새끼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황석영(80) 작가가 등단 60여 년 만에 처음 어린이 독자를 위한 책을 냈다. 민담 150개 이야기를 엄선해 엮은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이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황 작가는 "어렸을 때 저는 할머니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기회가 없고, 대신 잠들기 전 어린이책을 부모들이 많이 읽어주더라"며 민담집을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통적인 전승 방식(구전)이 아니지만 우리 이야기를 후세대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5권을 동시 출간했고 내년 4월까지 총 50권 시리즈의 원고 작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왜 민담일까. 황 작가는 "모두가 세계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지금 자기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민담을 통해 아이들이 우리 공동체의 스토리를 간직한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기 정체성을 바탕으로 상상력과 창조성이 발현된 콘텐츠가 더 큰 파급력을 갖게 된다는 것.

민담이 그림동화나 안데르센동화와 같은 서구 콘텐츠와 견줘도 경쟁력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주로 높은 신분의 인물이 나오는 서구 동화와는 달리 평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 민담은 이야기가 거침없고 활달하며 굉장한 상상력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안에는 민초들의 힘겨운 삶뿐 아니라 그것을 이겨내고자 했던 용기와 희망이 녹아 있다는 설명이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로 더빙한 만화영화 제작 계획도 밝혔다.

황 작가는 최근 20년 동안 내놓은 자신의 소설을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표현했다. 소설 '바리데기' 등 민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써온 지는 오래됐다. 이번 어린이 민담집 기획도 20여 년 전 자료조사했던 노트 20권을 책장에서 3년 전쯤 다시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물론 어린이 독자를 위한 이번 작업은 특별했다. 잔혹하고 선정적인 민담은 제외하고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기담이나 의인화된 동물 이야기 등을 우선적으로 추렸다. ‘한국 구비문학 대계’ ‘한국 구전 설화’ ‘대동야승’ 등 다양한 민담집을 참고했다. 작가는 "그랬습니다, 했어요 등 존대어를 사용하고 옛말에 설명을 덧붙여야 하는 점이 처음에는 대단히 어색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이번 작업은 여든이 넘은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도 자극했다. "나무가 화자가 된 명상적인 장편소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민담에 손을 안 댔으면 이 글로 안 넘어갔을 겁니다. 다음 작품을 가슴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지요."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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