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세상만窓] 송·조·민의 쩌는 `586 특권의식`
조국은 "비법률적 방법으로 명예 회복" 외쳐
'민주 투사'라면서 비민주적 언행 일상화
소설 '동물농장'의 지배계급인 '돼지'와 다름없어
송영길 조국 민형배 등은 모두 1960년대생으로 이른바 '586' 운동권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서울대 법대를 다닌 조국 전 법무장관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됐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지금도 자랑스럽게(?) 천명하고 다닌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전남대 출신으로 노무현 정권에 발탁됐으며, 2021년 10월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안을 발의한 사람이다.
요즘 이들의 언행을 보노라면 동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으로 자괴심마저 든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는 이들이 80년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더럽히고, 지금은 오히려 '진보의 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시민과 서민을 위해 희생한다'는 말을 달고 살으면서도 실상은 국민위에 군림하고, 특권 의식에 쩔어있는 '이중적 모습'이 중장년층은 물론 MZ세대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의원들에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9일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법무 장관에 대해 "어린놈이 국회에 와 가지고 (국회의원)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까지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나"라고 비난했다.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믿어지지 않는 말이다.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의 평소 생각이 "나는 너희들과는 달라"라는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한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가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며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고 되받았다.
그러자 송 전 대표는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또다시 "이렇게 법무부 장관을 후지게 하는 장관은 처음"이라며 "후지게 정치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후지게 법무부 장관을 하고, 수사도 후지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가세했다. 그는 14일 "단언컨대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XX"라며 육두문자를 써가며 한 장관을 겨냥한 비난전에 참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XX에는 자슥, 사람, 인간, 분들, 집단 가운데 하나를 넣고 싶은데 잘 골라지지 않는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장관에 대해 "자기 본분이 뭔지 알면서도 그걸 개무시하고 정치에 끼어들어 물 흐리고 판 어지럽히고 있다"며 "그들의 탐욕이 지금 대한민국 정치를 이렇게 후지게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그는 "하나하나 열거하려면 숨이 막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시민 기본권 침해와 민주주의 절차 훼손, 정치 사법화를 통한 국가권력 사유화 같은 문제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검찰권을 대놓고 정치에 악용하는 경우가 어디 있다는가. 독재정권이나 하던 퇴행 그 자체다. 존재 자체가 후지다"고 쏘아붙였다. 민 의원은 "아래와 같은 댓글 하나를 그 XX에 되돌린다"며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이렇게 입이 가볍고 혀가 길고 대놓고 정치적인 국무위원이 또 있었나 싶다'고 쓴 한 인터넷 댓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는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게 현금 6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법정에서 인정했다. 지난 8월 구속 기소된 윤 의원도 그동안 모든 범행을 부인하다 재판이 시작되자 "돈봉투 총 20개를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송 전 대표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틈날때마다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잘못이 없고 정정당당하다면 법정에서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것을 시정잡배만도 못한 행태다. '민주의 투사'라고 내건 간판과 달리 전혀 민주적이 아니다. 범죄 피의자가 죄가 없다며 연일 '선전전'에 나서는 것도 예전엔 보지 못한 광경이다.
조국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6일 한 유튜브에 나와 총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법률적 해명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총선에서 당선되면 자녀 입시 비리 등에 대한 징역 선고는 무의미해지고, 다시 '공정·상식·정의의 아이콘'의 옛 영광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독재자 나폴레옹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동물농장 7계명을 외치지만, 실제 동물농장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돼지)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한"(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사회다.
송·조·민 세사람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동물농장에서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한 '돼지'와 다름없는 걸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나만이 옳다는 독선과, 사실과 진실로부터 스스로를 기만하는 '확증편향'의 광기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 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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