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 팔아 현금 많다” 美주택시장 큰손 된 베이비 부머

조성호 기자 2023. 11. 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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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주택이 판매됐다는 표지판을 걸어뒀다./AP 연합뉴스

고(高)금리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으로 미국 주택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노년층인 전후(戰後) 베이비 붐 세대가 큰손으로 떠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베이비 붐 세대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높은 출산율이 유지된 1964년까지 태어난 이들로, 현재 만 58~77세다.

WP가 인용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주택 재구매자(한 번 이상 집을 산 적 있으면서 다시 집을 사는 사람)의 평균 연령은 58세를 기록했다. 조사가 시작된 1981년(36세)보다 22세 많아졌다. 재구매자의 연령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미국에서 ‘생애 최초 주택’의 구매 비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비율은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32%로 1981년 이후 최근까지 32년의 전체 평균인 38%에 못 미친다.

노년층이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이 된 이유로 WP는 ‘현금 여력’을 꼽았다. WP는 “30년 고정금리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에 육박하는 동안 주택을 구입할 방법을 찾는 구매자의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새로운 구매자들은 나이가 많고, 주택을 구입하기 전에 집을 팔았기 때문에 더 부유하다”고 전했다. 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시카 라우츠는 WP에 “첫 주택 구매자가 진입하기엔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며 “전액 현금을 가지고 있거나 자기 자본이 많은 사람이 집을 사들일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로 인해 침체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집값을 보여주는 지수인 ‘S&P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가격 지수’는 작년 7월부터 반년간 하락한 후 올해 2월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통계가 집계된 지난 8월 집값을 놓고 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달보다 47%나 뛰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대출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기 때문에 집값이 내린다. 하지만 주로 30년인 대출 만기까지 같은 금리가 유지되는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구입한 주택을 팔고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려면 기존의 저금리를 포기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주택 공급이 줄고 집값이 뛰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식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큰집을 팔아치운 노년층의 현금은 집값을 더욱 끌어올릴 수도 있다. WP는 “지난 3년간 주택의 중간판매가격이 27만5000달러(약 3억7000만원)에서 32만5000달러로 급등한 휴스턴 지역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며 “주택의 다운사이징은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요양원나 노인 커뮤니티로는 이사할 계획이 없는 구매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시간 워시테노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티나 도일은 WP에 “현재 한달 반 정도 버틸 수 있는 매물만 있어 이미 공급이 매우 부족했던 지난해에 비해서도 18% 줄었다”며 “노년층과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가 같은 집을 놓고 경쟁하지만 승자는 현금 많은 노년층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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