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침한 눈, 나이 들면 당연하다? 동맥경화·고혈압 시그널일수도

눈 증상 보면 질환 보여요
갑상선 항진증은 눈꺼풀 붓고
교원병 있으면 눈곱 많이 껴
갑자기 눈 캄캄하면 응급상태

우리 몸은 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통증과 같은 각종 '보디 사인'을 보낸다. 피부색, 모발, 기침과 재채기, 귀, 코, 손발톱, 목소리 등에는 수많은 질병의 단서가 숨어 있다. 다만, 질환은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보이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눈도 각종 질환의 징후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눈은 혈관을 유일하게 직접 볼 수 있는 신체기관으로 다양한 생체정보의 보고"라며 "이 때문에 눈에서 얻은 질환 정보를 건강 예측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시작됐다. 오사카대의 경우 제약회사, 인공지능(AI) 개발 기업과 눈 정보로 전신질환을 예측하는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눈은 먼저 혈관 상태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누구나 눈의 피로나 침침함을 경험한다. 나이가 들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눈이 침침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니시다 고지 오사카대 뇌신경감각기외과학 교수는 "눈 안쪽에 있는 망막 혈관은 매우 가늘지만 동맥경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밝혔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있으면 눈꺼풀이 붓고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안근(眼筋)이나 눈 주위 지방의 염증 때문에 생긴다. 여성에게 많은 게 특징이다.

베체트병이나 셰그렌증후군과 같은 교원병(膠原病)이 있으면 시야에 뭔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이나 안구 건조가 일어난다. 교원병은 몸의 콜라겐이 파괴되는 질병(콜라겐병)으로 자가면역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셰그렌증후군은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 몸에 생기는 질병으로, 눈물샘과 침샘, 피부 피지샘 등 외분비샘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분비물이 줄어드는 병이다. 베체트병은 자가면역질환으로 혈관에 염증이 생겨 구강·성기궤양, 안구염증 등이 발생한다.

성병의 일종인 매독도 눈 증상에서 발견된다. 일본 에비스클리닉 안과 다나카 다카오 원장은 "감염 후 3개월경부터 포도막염을 일으켜 눈의 충혈, 안개, 시력 저하 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임질(성감염증)은 감염 후 12~48시간 내에 다량의 눈곱이 나올 수 있다. 무서운 것은 갑자기 각막에 구멍이 뚫려 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쪽 눈이 갑자기 캄캄해져 보이지 않다가 몇 분 만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 응급 상태로 주의해야 한다. 이는 혈전이 눈 동맥을 일시적으로 막아 일어나는 증상으로 '일과성 흑내장'이다. 다나카 원장은 "일과성 흑내장은 뇌경색 전조로, 즉시 뇌신경외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 눈만 침침하고, 시야가 나빠지거나 눈꺼풀이 내려가는 증상도 뇌경색이나 뇌종양의 신호일 수 있다. 눈의 피로나 안검하수, 안구건조증 등은 중증근무력증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중증근무력증(重症筋無力症)은 최근 10년 사이 환자가 약 2배로 늘어난 질환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