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산으론 시원찮네"… 한국인 맞춤 무릎 인공관절 나와
환자 1만2천명 MRI 결과 분석
좌식에 맞게 150도 굴곡도 높여
외국산보다 회복 빠르고 안정적
식약처 허가, 美FDA 승인 신청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질환이 있다. 바로 '퇴행성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뼈 사이 연골이 닳는 질환으로, 우리나라는 오랜 좌식문화 때문에 특히 환자가 많다. 양반다리로 앉거나 쪼그려 앉는 좌식습관이 오래되면 다리가 O자형으로 휜다. O자형 다리는 고관절부터 발목으로 내려오는 체중선이 무릎 중심을 벗어나면서 체중의 절반 이상이 무릎 안쪽에 집중돼 관절에 부담이 가중된다. 실제로 양반다리는 혈류가 억제됐다가 다리를 펼 때 혈류량이 급격히 많아져 세포 노화가 촉진되고 연골 노화가 발생한다. 이를 반복하면 무릎 통증은 점점 악화돼 결국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공관절수술은 닳아버린 연골과 관절을 대신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것이다.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인공관절수술은 최근 3D 맞춤형 인공관절수술부터 내비게이션, 로보닥 등 최신 기술이 접목돼 수술의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사용된 인공관절 대부분이 서양에서 개발돼 좌식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무릎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무릎은 척추와 달리 계속 움직이는 관절이어서 인공관절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 척추는 수술기구의 90%가 국산화돼 있지만 인공관절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입해 사용해왔다.
이런 가운데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이 벤처기업 스카이브 공학도들과 약 8년간 연구한 끝에 '한국인 맞춤형 인공관절(PNK)'을 개발했다. 세계적으로 자신의 병원 데이터를 분석해 인공관절을 자체 개발한 곳은 5개도 되지 않아 연세사랑병원의 인공관절 국산화는 의미가 크다. 인공관절은 거의 모두 의료기기 회사가 디자인하고 병원이 의견을 주는 형태로 개발된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환자 1만2300명의 남녀 무릎 MRI를 분석해 SCI급 논문을 썼고 그 논문에 대한 근거를 기준으로 PNK를 만들었다"면서 "PNK는 '3세대 디자인+한국인 맞춤형 디자인'의 결과물로, 외국산 제품보다 얇고 슬개골이 잘 빠지지 않도록 깊게 만들어 안정성을 많이 추구했다. 동양인(한국인)과 서양인의 MRI를 분석해보니 무릎 크기와 곡률, 구부러진 각도, 성별에 따른 모양도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NK 인공관절 논문은 그동안 20편이 발표됐는데, 그중 18편을 연세사랑병원이 썼다. 이 연구논문이 PNK 인공관절 설계에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PNK 인공관절의 주요 개발 콘셉트는 'preservation of normal knee kinematics(정상 무릎 운동학의 유지)'다. 정상 무릎처럼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좌식생활에 익숙한 한국인을 고려해 150도 고굴곡이 가능하고 마모율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은 "그동안 환자 500여 명에게 PNK 인공관절을 삽입했는데,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만큼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신촌·강남·용인) 정형외과에서도 최근 PNK 인공관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병원 측이 PNK 인공관절 수술환자의 반응을 종합한 결과 무릎 구부리기가 부드럽고 편하며 회복 속도가 외국산보다 훨씬 빠르고 수술 후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적고 안정성이 좋아졌다.
PNK 수술과정은 △1~2주 전에 MRI 촬영 △개인별로 3D 무릎 모형 제작 △PNK를 이용한 가상수술 시행 △가장 안정되고 정확하게 삽입되도록 개인별로 수술도구를 제작해 수술 진행 등이다.
PNK 인공관절은 지난해 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가를 인정받았다. PNK는 SCI급 논문을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FDA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코렌텍에 이어 두 번째로 국산 인공관절의 해외 진출이 기대된다. 코렌텍은 인공관절 전문 제조회사로 미국,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 등 20여 개국에 인공관절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세계 인공관절 시장규모는 조사기관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2023년 250억달러에서 2030년 385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인공관절 시장은 약 1500억원 선이다.
인공관절 삽입물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후방십자인대를 제거하는 PS(PCL-Substituting) 타입이며 다른 하나는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하는 CR(Cruciate-Retaining) 타입이다. 연세사랑병원 연구진은 한국인의 양반다리 습관을 고려한 PS 타입을 먼저 개발했다. 후방십자인대를 제거하는 것이 고굴곡으로 무릎을 구부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는 환자의 90%는 PS 타입의 인공관절을 이용한다.
그러나 입식 생활을 하는 유럽,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PS 타입이 51%, CR 타입이 49%로 두 가지 타입의 인공관절이 비슷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CR 타입도 최근 식약처 허가를 받은 만큼 FDA 승인을 받으면 K-의료 수출 대열에 가세하게 된다.
인공관절 수출의 성공 여부는 인공연골을 얼마나 오래 쓰는지 판가름하는 '마모율'에 달려 있다. 이는 주로 인공관절 원조인 유럽에서 마모율 측정이 이뤄진다. 마모율은 1년 동안 만든 제품 중 가장 좋은 것과 가장 안 좋은 것을 선정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 PNK 인공관절은 외국산보다 마모율이 월등하게 낮아 호평을 받았다. 특히 3세대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3곳에서 하는데, PNK 마모율은 다른 외국회사 A, B, C와 비교한 결과 훨씬 좋은 점수를 받았다.
고 병원장은 "내년 상반기 국내 무릎관절염 환자들이 PNK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할 계획이며, FDA 승인이 나는 대로 세계 인공관절 시장에도 적극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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