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로 안되면 …'인공와우 이식'이 희망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3. 11. 14. 16: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
달팽이관 안에 전극 삽입해
청신경 자극 소리 듣게해줘
고도난청 환자 맞춤 재활법
난청 방치땐 치매위험 높아져
고령환자에도 인공와우 효과
아산병원 2000건 이상 수술
"숙련 의사 부작용 거의 없어"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난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난청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 원인에 의해 말이나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난청은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은 중이에서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청력 개선 수술이나 골도 보청기(뼈를 통해 소리 전달)로 재활을 진행한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청각 세포에서부터 뇌의 청각을 담당하는 신경 부위까지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가 어느 정도 청력이 남아 있다면 보청기로 청각 재활이 가능하다. 외이도 염증으로 보청기 착용이 어려운 환자는 중이 임플란트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감각신경성 난청의 정도가 심해 보청기로도 청각 재활이 어렵다면 인공와우 이식을 받아야 한다. 매우 드물게 청신경에 이상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달팽이관이 없는 경우에는 인공와우 이식이 불가능하다.

인공와우 이식은 달팽이관(와우) 안에 전극을 삽입해서 청신경을 자극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청각 재활 방법이다. 양쪽 귀의 청력이 너무 나빠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도난청 환자들에게는 인공와우 이식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알려져 있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은 수술 전 충분한 검사를 통해 귀 내부 구조를 자세히 확인하고 숙련된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만 1~13세에 한쪽 귀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114명을 대상으로 소아 환자 청력 호전 정도를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 단 1년 차이에 의해 수술 결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수록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 최근에는 1세 이전에 수술을 시행한다. 무엇보다 양측 인공와우 이식을 하면 재활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박 교수는 "난청으로 태어나더라도 어릴 때 인공와우 이식을 받을 경우 꾸준히 청각 재활을 하면 일반인과 차이가 거의 없다. 과거에 한쪽만 수술한 소아의 경우 두 번째 인공와우 이식 수술도 이른 시기에 할수록 수술 결과가 좋고, 늦어도 13세 이전에는 받아야 결과가 좋기 때문에 수술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와우 이식 후에는 매핑(mapping), 이른바 조율 과정을 거친다. 인공와우 매핑이란 청각 신경에 전달하는 전기 자극의 양을 결정해 인공와우 사용자가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공와우 이식 환자는 정기적으로 매핑을 받아야 하며, 청각사 및 언어치료사와 함께 청각 재활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재활은 청각 자극 및 훈련을 통해 신경학적 결함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므로 좋은 청취 결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소아의 경우 말을 배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재활해야 하며, 이미 말을 배웠던 성인은 단지 못 듣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수술 후 1년 정도 적극적으로 재활하면 충분하다. 물론 매핑이 안정화돼도 최소 1년에 한 번씩 기기 점검과 매핑을 해야 한다.

노화성 난청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적으로 발생하는 청력 손실이다. 유전적 요소의 결과일 수도 있고 노화, 고혈압, 당뇨와 같은 건강 상태, 몇몇 아스피린이나 일부 항생제 등 약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노화성 난청이 보청기 등의 청각 재활 없이 방치될 경우 치매가 2~5배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청각 재활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젊을 때 잘 듣다가 나이가 들어 난청이 악화된 노인 환자는 이미 중추 청각로와 청각 피질이 형성돼 있다. 따라서 인공와우 수술을 할 경우 짧은 시기에 의미 있는 단어 인지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숙련된 의사의 경우 1시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부담이 거의 없는 수술이기 때문에 고령 난청 환자도 적극적으로 인공와우 이식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999년 인공와우 이식을 시작해 단일 기관으로는 국내 최다인 2000건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다. 연간 수술 건수는 80~100건에 달한다. 서울아산병원 인공와우클리닉에서는 의사 4명, 인공와우 전담 간호사, 청각사, 언어치료사가 팀을 이뤄 수술 전 상담부터 수술 후 재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그동안의 풍부한 수술 경험을 토대로 달팽이관 주변 뼈를 최소한으로 절제해 달팽이관 손상을 줄이고 수술 전 잔존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등 첨단 치료도 선도적으로 도입해왔다. 최근에는 환자의 청신경 상태를 보면 인공와우 이식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해 청신경의 미세한 모양까지 확인한 후 정교하게 수술을 계획해 난청 환자들의 수술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