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파이널스] 관중석에 나타난 당근탈을 쓴 사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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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파이널스가 개최 중인 이탈리아 토리노에 당근 탈을 쓴 사내들이 나타났다.
자신들을 '카로타보이즈(Carota boys, 당근 소년들)'라 부르는 그들은 이탈리아 테니스 선수 야닉 시너(세계 4위)의 팬클럽이다.
카로타보이즈는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가진 시너와 당근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당근탈을 쓰고 응원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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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파이널스가 개최 중인 이탈리아 토리노에 당근 탈을 쓴 사내들이 나타났다. 자신들을 ‘카로타보이즈(Carota boys, 당근 소년들)’라 부르는 그들은 이탈리아 테니스 선수 야닉 시너(세계 4위)의 팬클럽이다.
카로타보이즈는 동네 친구들 6명이 결성한 클럽이다. 이탈리아 쿠에노 지방의 로벨로 출신으로 서로 직업도 모두 다르지만 테니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쳤다. 클럽장 격인 1번 당근, 엔리코는 한 외신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아이디어는 이탈리아 테니스 전반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너를 응원하는 이유는 그가 이탈리아 1위 선수고 우리가 응원하고 싶은 어린 소년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들이 당근탈을 쓰는 이유가 독특하다. 시너가 4년 전 18세로 투어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ATP 500 비엔나오픈 1회전에서 시너는 체인지오버(세트 종료 후 코트 체인지 전 휴식시간) 동안 간식으로 당근을 먹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바나나를 간식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당시 큰 이슈가 됐다.
카로타보이즈는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가진 시너와 당근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당근탈을 쓰고 응원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시너는 올해 윔블던 1회전이 끝난 뒤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비엔나에서 경기 중 앞 경기가 3세트까지 가면서 길어졌고 배는 고팠지만 뭘 먹을 시간이 없었다. 코치에게 먹을 걸 좀 달라고 부탁했고 당근을 줬다”고 말했다.
카로타보이즈는 올해 5월 이탈리아 로마오픈에서 첫 등장했다. 당근 전신탈을 뒤집어 쓴 사내들은 경기장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대회가 끝난 뒤 카로타보이즈가 만든 SNS계정 팔로워 숫자도 1만명 넘게 모였다. 2020년부터 시너를 후원하고 있는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라바짜(Lavazza)는 올해 롤랑가로스에 카로타보이즈를 초청하기로 결정했다.
라바짜의 후원을 받고 그랜드슬램 무대에 처음 등장한 카로타보이즈는 역시 당근탈을 쓰고 시너를 열정적으로 응원했고 이어 윔블던과 US오픈에서도 나타났다. 카로타보이즈의 존재를 알게 된 시너도 그들의 응원에 감사하며 기회가 된다면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올해 이탈리아 남자 테니스 선수 최초로 세계 4위에 오른 시너는 연말 세계 남자 테니스 최고를 가리는 ATP 파이널스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카로타보이즈는 파이널스 개최 3일 전 SNS를 통해 시너와 만나게 된다는 코믹한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라바짜가 대회 개막 전 사전 행사를 기획했고 시너와 카로타보이즈가 드디어 만났다. 카로타보이즈는 시너와 함께 테니스를 치고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카로타보이즈의 한 멤버는 “우린 인구 3천명 정도의 정말 작은 마을에서 왔다. 주위에서 ‘너네 뭐하는 거야 너네 정말 유명해 졌어’라고 말해줬다. 정말 꿈 같은 일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년 자국 선배 마테오 베레티니를 대신해 대체 선수로 파이널스 무대를 경험한 시너는 첫 공식 데뷔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세계 6위)에게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7번째 우승을 노리는 강력한 우승후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세계 1위)와 2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다.
자국에서 열리는 파이널스에서 카로타보이즈와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는 시너가 조별 리그를 넘어 파이널스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그가 우승한다면 1970년 개최 이래 이탈리아 선수 최초 우승이다.
시너와 첫 만남을 가진 카로타보이즈
2019년 비엔나오픈에서 당근을 먹고 있는 시너
글= 박상욱 기자(swpark22@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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