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엄습하자 ‘초심’ 외친 카카오…무엇부터 손볼까

조문희 기자 2023. 11. 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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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경영’ 폐기하고 창업자 김범수 다시 등장
카카오모빌리티 ‘상생’ 시작으로 ‘경영 쇄신’ 박차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휩싸인 카카오가 '전면 쇄신'을 약속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고, 경영 철학의 초점도 '자율'에서 '책임'으로 옮겼다. 카카오는 모든 사업을 원점 재검토해 개혁의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의 '초심'이 통할지를 두고 시장의 전망은 분분하다.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 법인 자체가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카카오 계열사 중 대어인 카카오뱅크를 잃을 수 있는데다, 김 전 의장이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법리스크 이후 곤두박질쳤던 카카오 주가는 개혁 선언 뒤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카카오의 성장 동력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휩싸인 카카오가 신뢰 회복을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17년 기른 수염 밀고 달라진 김범수 "모든 사업 원점 재검토"

14일 관련 업계에선, 전날 모습을 드러낸 김범수 전 의장의 '수염'이 회자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 창업 당시인 2006년부터 17년 동안 수염을 길러왔다. 수염이 김 전 의장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했던 배경이다. 그러나 전날 포착된 김 전 의장의 얼굴엔 수염이 없었다. '초심'을 되찾겠다는 김 전 의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겠다며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창업주이지만 이례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후 김 전 의장은 같은 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카카오가 대국민 사과를 했을 당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전 의장 뒤에는 '은둔형 CEO'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그랬던 김 전 의장이 지난달 23일 에스엠 시세조종 개입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포토라인에 선 뒤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게 '경영쇄신위원회' 출범이다. 김 전 의장은 직접 쇄신위의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1년8개월 만에 경영 복귀를 결정한 셈이다. 당초 김 전 의장은 100여 개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보장해왔지만, 이 같은 경영 철학이 책임의식 저하로 이어졌다고 보고 직접 손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의장은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권한을 존중해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전 의장은 또 매주 월요일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공동체 경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전날 열린 회의에서 김 전 의장은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올해 말에 가시적인 방안을 내고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달리겠다"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이 지난 10월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에스엠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新카카오 기대감에 주가 '들썩'…시장 전망은 '글쎄'

'김 전 의장표' 쇄신의 첫 성과는 카카오모빌리티 수수료 개편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독점 횡포'라는 질타를 받았던 카카오는 가장 먼저 '카카오T' 가맹 택시 수수료율 인하를 추진하면서 상생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국택시노동조합 등 택시4단체와 연합회를 구성해 소통에 나섰으며, 현재 5%인 수수료를 올해 안에 3%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또 업계 안팎에선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카카오 계열사 수장 중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둔 CEO가 70명 이상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비롯해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등이 그 대상이다. 카카오 계열사 CEO 대부분은 김 전 의장과 호형호제하던 사이여서 '회전문식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를 탈피하고자 외부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카카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전날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도 불구속 기소됐다. 당국은 김 전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법인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을 경우 현행법에 따라 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10%만 남기고 강제 매각해야 한다. '알짜' 계열사를 통째로 내어주게 되는 셈이다.

이에 증권가에선 카카오의 주가 전망치를 최대 30%까지 낮춰 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5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내렸고, 유안타증권도 7만5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IBK투자증권은 7만9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하향했다. 최저치는 신한투자증권이 제시한 4만5000원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신규 사업 부문이 불확실하고 사법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시세조종 의혹에 휩싸이기 전 5만원대이던 카카오 주가는 이후 3만7300원까지 떨어졌으나, 이달 들어 4만원 선을 회복했다. 이날 종가 기준 4만6000원 선까지 올라, 25%가량의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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