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시원치 않은 소변 줄기…전립선에 이상이?
50대 직장인 A씨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정기적인 진료를 받고 있었는데,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증상이 나빠져서 울상이다. 평소 겪던 빈뇨(소변이 자주 마렵다), 지연뇨(뜸을 들여야 소변이 나온다), 세뇨(소변 줄기가 가늘고, 중간에 끊기고, 배뇨 시간이 길다) 같은 배뇨장애 증상이 심해지고 복합적으로 나타나더니 잔뇨감이 매우 심해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있다.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거나 소변이 거의 안 나온 경우까지 있다.
병원을 찾은 A씨는 비뇨의학과 진료를 통해 전립선 초음파를 찍어보았다. 크기는 별로 변한 게 없었다. 의사는 날씨와 심리적인 부분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기존의 약물 복용과 함께 생활요법을 철저히 해보라고 조언했다.
전립선이란 소변과 정액이 지나가는 요도를 감싸고 있는 밤톨처럼 생긴, 남자에게만 있는 인체 기관이다. 그 모양은 거꾸로 선 밤을 닮았고, 크기(정상 무게 20g 정도)는 호두알과 비슷하다. 전립선 위에는 방광이 있고 아래에는 요도 괄약근(성기 요도와 닿은 부분)이 있다.
전립선질환 중 환자가 가장 많은 전립선비대증은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와 과도한 음주, 감기약 복용, 장시간 운전,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전립선비대증이 겨울에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체온이 낮아지면서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신체 적응력이 떨어지는 데다 추위를 타면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배뇨 기능이 매우 악화하기 때문이다. 과음은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소변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고통이 늘어난다. 또 술 자체가 전립선 증상을 나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립선비대증, 항문 속 초음파 검사 해야 정확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전립선비대증에 걸린 50세 이상 남성 380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배뇨통(13.7%), 수면장애(16.1%), 여행 시 불편(20.3%) 등을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질환 자체에 대한 걱정과 근심(39.2%), 발기 문제(32.9%), 성적 욕구 저하(21.6%)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전립선비대증은 항문에 직접 손을 넣고 전립선을 만져 상태를 검사하는 직장 내 수지검사와, 더불어 보다 정밀하게 직장 내에 초음파를 발생하는 '탐침자'를 삽입해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직장 경유 초음파 검사로 진단한다. 수지검사를 통해 전립선을 만졌을 때 돌출되고 딱딱하게 만져지는 경우 전립선암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럴 땐 우선 전립선암의 종양 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혈액 내의 PSA 수치를 측정해 암 가능성을 진단한 뒤 조직검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일반 건강검진에서 보통 시행하는 하복부 초음파로는 전립선비대증을 정확히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방광에 오줌을 가득 채우고 검사해야 해서 자칫 오줌을 싸는 민망한 경우까지 발생한다. 소변을 보고 난 후에 검사하는 것은 거의 소용없다.
전립선비대증의 생활 속 관리의 기본은 음주를 자제하고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다. 대개 짜고 달고 기름진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는 가능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녹황색 채소나 과일 등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영양소) 성분이 많아 전립선을 튼튼하게 해주는 '컬러 푸드'를 꾸준히,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전립선 증상을 개선할 수 있으며, 이는 정기검진 및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립선암 예방에도 좋은 리코펜(라이코펜)이 많이 들어있는 붉은 토마토, 무기질 및 미네랄이 풍부하여 호르몬 균형에 안성맞춤인 호박씨, 소변의 배출을 돕는 시트룰린이 함유된 수박, 항균 작용이 있는 알리신이 풍부한 마늘 등은 전립선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손꼽힌다.
고출력레이저 시술, 회복 빠르고 합병증 적어
술 중에서도 맥주나 막걸리처럼 많은 양을 마시게 되는 술 종류는 더욱 좋지 않다. 소변량을 갑작스럽게 증가시켜 방광의 급성 팽창으로 전립선에 과부하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염증과 부종을 초래할 수 있다. 또 감기·독감 약물도 조심해야 한다. 감기약에는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 흥분제가 들어있다. 이 성분들은 소변의 배출을 돕는 방광경부와 전립선 주위 조직의 활동을 억제하여 소변의 배출을 악화시킨다.
오래 앉아 일하는 직업에서는 근무 속에서 지속적인 골반 근육의 압박을 받는다. 또 불규칙한 배뇨 습관으로 오줌이 마렵더라도 참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골반 주위 근육의 강직을 일으켜 전립선질환과 배뇨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평소 3~4시간에 한 번은 규칙적으로 소변을 보고, 배뇨 후 가벼운 하체 스트레칭을 하는 한편 자리에 푹신한 쿠션이나 방석 등을 놓아주면 전립선 건강에 좋다.
환자의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수술을 원하지 않는 경우, 또는 수술의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은 약물로 치료한다. 약물은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증상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계속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합병증이 동반되어 있거나 증상이 약물로 완화되지 않는 경우, 또는 약물치료보다 더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시술이나 수술 치료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술은 전기 소작기를 이용해 요도 속으로 내시경을 집어넣어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는 방법(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 주로 적용된다. 고출력레이저 시술은 출혈이 거의 없고 주위 조직의 부종 발생도 적어 기존 수술보다 합병증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많이 낮아졌다. 근래에 등장한, 특수한 실을 이용해 비대한 전립선을 잡아당기는 리프팅 시술도 유용성이 상당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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