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상 수상 한강 “인간성 깊은 아래 촛불 밝히고 싶던 작품”
2016년 영국 맨부커상 수상에 이어 지난 9일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이 14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4년 여름에 꿨던 꿈에서 시작해 7년에 걸쳐 완성한 소설”이라며 “작별하지 않고 애도를 끝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성의 깊은 아래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다”고 밝혔다. 메디치상은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품에 주어지는 문학상으로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1948~1949년 3만여명이 학살된 제주도 4.3사건을 세 여성의 관점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한강은 ”(고증을 위해) 제주도 4.3연구소가 수십년에 걸쳐 발간한 자료들을 읽었고 제주도 방언을 소설에서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한강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역사적 사건이 아닌 개인적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고통의 의미를 천착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설명이다. 한강은 “제 소설을 읽는 것이 고통스러웠다는 분들이 있었고, 이 고통이 우리 모두를 연결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제는 역사적 사건보다는 개인적 이야기, 그 중에서도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강은 2014년에도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 ‘소년이 온다’을 출간한 바 있다.
한강은 작품을 프랑스어로 옮긴 최경란, 피에르 비지우 번역가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특히 프랑스어판의 제목 ‘불가능한 작별’에 애정을 표현했다. “한국어 문장은 ‘작별하지 않는다’처럼 주어를 생략할 수 있어 주어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유럽어 문장에는 주어가 반드시 있어야 해 제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했었다”며 “프랑스어판 제목을 절묘하게 주어를 특정하지 않은 ‘불가능한 작별’로 제안해줘 흔쾌히 승낙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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