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교사 개인번호로 전화 못 한다…"상담은 하루 전 예약해야"
이지현 기자 2023. 11. 14. 15:48
앞으로 서울 지역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은 보육교사 개인번호로 아무 때나 연락하면 안 됩니다. 교사 개인번호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서울시가 오늘(14일) '보육교직원권익보호 5대 개선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서울시는 우선 '상담·민원 응대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업무시간 외에 보육교사 개인 번호로 연락해 상담을 요청하는 등 무분별한 요구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방문·유선 상담이 필요한 경우 최소 1일 전 사전 예약해야 하며 ▲보육교사의 개인 전화번호는 비공개되고 ▲보육교직원은 근무시간, 직무범위 외 상담은 거부할 수 있으며 폭언과 협박이 일어날 경우 즉시 상담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보육교직원 개인 휴대전화로 민원을 제기한 경우 민원 응대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의 상담·민원 응대 시스템을 실제 어린이집에 적용하기 위해 어린이집별로 '보육교직원권익보호 규칙'을 제정할 예정입니다.
규칙 표준안에는 보육 3주체(교사·원장·부모)의 책무, 보육활동 침해유형(무리한 요구·협박·모욕 등), 권익보호 대응절차 등을 명시하게 됩니다.
각 어린이집에서는 이 표준안을 참고해 운영위원회를 통해 규칙을 제정하고 시행할 예정입니다.
서울시는 또 '부모가 알아야 할 어린이집 이용 안내서'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은 부모가 어린이집 보육과정 운영형태를 이해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부당한 간섭과 요구가 발생해온 측면이 있었습니다.
실제 '아이들이 너무 놀기만 하는 것 같으니 글자 읽기, 쓰기 지도도 부탁드린다', '아기 기저귀 갈 때 목욕까지 다 해달라', '아이가 더위를 많이 타니 종일 음료수를 시원하게 보관해달라'는 등의 부당한 요청이 있었던 겁니다.
앞으로는 보육과정의 이해, 보호자 의무, 보육교사 전문성 인정 필요성 등 어린이집 이용 시 부모가 알아야 할 내용을 담아 안내서를 만든 뒤 매년 학기 초 부모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실제 권익침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사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어린이집 안전공제회에서 운영하는 형사보험 단체 가입을 지원하고 변호사 선임비 등 형사방어비용을 지원합니다.
또 보육교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마음건강을 챙기기 위해 '찾아가는 심리상담 버스'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제도 마련과 준비를 거쳐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서울시내 모든 어린이집에 적용됩니다.
서울시가 이런 대책을 만든 건 지난 7월 발생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영유아 보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의 권익 보호 요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
보건복지부 의뢰로 육아정책연구소가 수행한 2021년 '전국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직원 30.1%가 권리 침해를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정춘숙 국회의원실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아동학대 신고사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학대 의심을 받은 경험이 있는 보육교직원이 5명 중 1명(21.6%)꼴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가운데 36%는 신고로 이어졌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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