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떠난 지 여덟 달…마라도 고양이들, 잘 지내고 있나요?

김지숙 2023. 11. 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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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35마리 세계자연유산센터 내 시설서 보호 중
12일 제주수의사회, 건강검진·백신 접종 진행
마라도에서 ‘동네 고양이’로 살던 고양이 45마리는 지난 3월 멸종위기종 뿔쇠오리의 보호를 위해 마라도에서 전원 반출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3월 제주 마라도 섬에서 쫓겨나듯 옮겨진 고양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12일 찾은 제주시 조천읍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유산센터) 내 고양이 임시보호 시설은 조용하지만 분주했다. 유산센터 뒤편에 지어진 약 396.6㎡(120여평) 규모의 임시보호센터는 각각 세 동의 실내 시설과 캣타워, 숨숨집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곳에는 지난 3월3일 제주 마라도에서 반출된 고양이 35마리가 지내고 있다. 고양이들은 멸종위기 조류인 뿔쇠오리의 보호를 위해 제주도·문화재청이 반출을 추진하며 섬 밖으로 나오게 됐다. 동물단체들은 당시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의 포획·반출을 반대했지만, 결국 반출이 진행됐다. 대신 제주 세계자연유산본부가 고양이들을 보호할 시설을 제공하고, 제주 지역 동물단체 연합인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제주비건, 제제프렌즈, 제주동물권행동 나우, 행복이네협회)이 실질적인 관리를 맡기로 했다.

지난 12일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 내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소에서는 겨울을 앞두고 고양이들의 건강검진이 진행됐다. 김지숙 기자 
지난 12일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 내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소에서는 겨울을 앞두고 고양이들의 건강검진이 진행됐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제공

섬에서 나온 고양이는 총 45마리지만 1마리는 세상을 떠나고, 9마리가 가정으로 입양돼 현재 임시보호소에는 35마리가 지내고 있다. 이날은 겨울을 앞두고 임시보호를 보낼 예정인 15마리와 나머지 고양이들의 기본 신체검사, 건강 검진과 백신 접종 등이 진행됐다. 15마리는 임시보호를 통해 사람과 지내는 연습을 하고 이후 입양될 예정이다. 세계자연본부센터가 제공하는 보호시설은 외부에 있어 추위에 취약하기도 하고, 고양이들도 결국엔 반려동물로서의 삶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접종과 검진을 위해 제주시수의사회와 제주대 수의대, 제주대 동물병원에서 의료 봉사를 나왔고, 유기동물 없는 제주 네트워크 활동가들이 고양이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 켄넬링(케이지 안에 동물을 들어가게 하는 것), 이동 등을 맡았다.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한 과정이지만 이를 알 길 없는 고양이들은 켄넬 안에서 ‘야옹야옹’ 울었다. 그간 마라도 고양이 보호소의 실질적 운영을 맡아온 조은지 제주동물권행동 나우 동물지원 팀장은 “마라도 고양이들은 구조된 것이 아니라 갑자기 터전에서 포획되어 나온 친구들이다 보니 초반에 경계심이 높았다. 사흘간 물도 사료도 먹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는 사람들과의 긍정적 경험이 쌓이다 보니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고, 친근함을 표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고양이가 사람과 친근한 것은 아니어서 일단 15마리부터 가정으로 보내 사람과 지내는 연습을 하고, 최종 입양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번 임시보호는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가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제주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행정안전부의 지역상생발전 사업으로, 시민이 직접 지역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 민간이 함께 해결해 나가는 모델이다. 올해 제주지역 의제 중 하나로 ‘유기동물 없는 섬, 상생 제주 만들기’가 채택되며 마라도 고양이 가족 찾기 사진전이 지난 7월 진행됐고, 10월부터는 임시보호 프로젝트인 ‘유기동물과 친구하개’가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 내 마라도 고양이 임시보호소에서는 겨울을 앞두고 고양이들의 건강검진이 진행됐다. 제주시수의사회, 제주대 수의학과 등이 의료 봉사자로 참여했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제공

김란영 유기동물없는 제주네트워크 상임대표는 “현재까지 총 9명의 시민이 임시보호를 신청해주셨다. 그간 에스엔에스(SNS)로 많이 홍보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제주플랫폼과 협업을 해보니 여전히 많은 일반 시민들이 유기동물을 어디서 입양해야 할지 모른다고 하시더라. 이번 임시보호 프로젝트는 마라도 고양이들의 임시보호뿐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제주의 동물 문제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건강 검진은 오후 서너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는 어떨까. 윤영민 제주대 수의학과 교수는 “아주 잘 먹이신 것 같다. (웃음) 아무래도 이전보다 운동량이 줄고 중성화를 한 영향인지 비만한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양호하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가정으로 가서 개체 별로 관리를 받는다면 건강은 더 좋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마라도 고양이 ‘아롱이’가 가정 입양 이후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제공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이번 임시보호 프로젝트 신청을 마감하면 최종 선정 가족들을 초대해 ‘마라도 고양이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음악회에서는 고양이 집사인 가수 강산에씨와 그간 동물권 활동에 앞장서온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씨가 토크와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임시보호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은 이달 말까지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인스타그램(@udongne.Jeju)을 통해 지원하면 된다.

제주/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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