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하기 두려워요".. 직장인 1천 명 설문조사 해보니

이정용 2023. 11. 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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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사례. 팀장이 금요일 회식자리에서 9시 출근인데 제가 9시에 거의 맞춰서 회사에 도착한다며 "야 이 XX년아 그만둬, 그냥 사람은 다시 뽑으면 돼"라는 등의 폭언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주말에 제게 전화를 했는데, 할 말이 없어 받지 않자 50통의 부재중 전화를 남겼습니다.


#사례. 필요한 서류 요건을 다 갖춰서 병가 신청을 했는데 가해자가 '악의적인 병가 사용에 대한 주의사항'을 회사 공지사항에 올렸습니다. 사무실 한 가운데서 "그 대학원 나온거 맞냐. 증명해보라"며 의심하고 1시간이 넘도록 추궁하기도 했습니다.


#사례. 선임이 업무상 실수를 했다고 메신저로 짜증내고 2주간 인사를 받지 않고 사람을 무시하고, 배달음식을 같이 안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재수없다, 짜증난다 등의 발언을 사내 메신저로 보냈습니다. 이유없이 다가와 머리를 뜯고 가기도 합니다. 참다 못해 팀장 면담도 하고 가해자 분리도 요청했지만 회사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매긴 올해 조직문화 점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신고 단계부터 사후조치까지 모든 단계의 지표 점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 4∼11일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직문화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올해 조직진단 점수가 60.7점으로 지난해(68.7점)보다 8점 하락했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기에 더 위험해졌고, 임원과 상사의 갑질은 더 심해졌다는 의미라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입니다. 


휴식·평가·위계·소통 등 조직에 대한 만족도,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사후조치 등 25개 문항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점수가 오른 지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난해보다 10점 이상 점수가 낮아진 지표도 8개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7개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 부문이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크게 점수가 떨어진 문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신고자의 신원이 노출될 것 같다'(51.7점)로, 지난해 64.2점보다 12.5점 떨어졌습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5개 문항 중 4개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이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후 복귀해서 정상적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54.6점),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인정됐을 때 행위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54.7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징계, 따돌림, 소문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55.7점) 등이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1년 새 휴식, 평가, 위계, 소통 모든 부문에서 조직문화가 후퇴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 수준이 악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직장갑질119 소속 권오훈 노무사는 "일터도 중요한 삶의 일부라면 국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조직의 생산성과 신뢰성 입장에서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로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안전과 존엄을 위협받는 것이 무엇인지 사전에 예방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개정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비율 기준 비례배분에 따라 조사 대상에 구조화 된 설문지를 제공한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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