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설리의 고백 "나는 상품일 뿐…예쁜 내가 싫었어요"

그룹 에프엑스 멤버 겸 배우 고 설리(본명 최진리) / 사진=연합뉴스

그룹 에프엑스 멤버 겸 배우 고 설리(본명 최진리)의 생전 인터뷰가 베일을 벗었습니다.

어제(13일) 설리의 유작인 넷플릭스 '페르소나: 설리'가 공개됐습니다. 설리가 주연을 맡은 단편영화 '4: 클린 아일랜드'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등 총 2편으로 구성된 가운데,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설리의 생전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설리는 여러 질문에 자기 생각과 감정을 담아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예쁘다와 우월하다의 뜻이 다르냐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다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연예인 일을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와 경쟁하면서 제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설리는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연예계의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예쁘다'는 단어 속에 항상 갇혀있었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면 무슨 생각으로 날 예쁘다고 하는지가 제일 궁금했던 것 같다. 난 마치 계속 예쁜 행동만 해야 할 것 같고 실제로도 조신하지 않으면, 예쁜아이처럼 보이지 않으면 혼났다. 그때부터 계속 반항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설리는 K팝 아이돌에 대해선 "최악"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돌도 노동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한참을 고민하다 "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아이돌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다들) 연예인들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연예인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있다. 그 당시에는 그게 이상한 줄 몰랐다. '너는 상품이고 사람들에게 최상의, 최고의 상품으로서 존재해야 한다'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변에서 '네가 스스로 선택해 봐', '네가 골라 봐', '넌 어떻게 생각하니?', '요즘 어때?'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냥 하는 거다. 영화 '니키타'처럼 아무 생각이 없었다. 힘들어 죽을 거 같은데 그냥 계속 제 탓을 했던 거 같다.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거라곤 스스로 아픔을 줄 때밖에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설리는 "제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기본적으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기분이 나쁘면 왜 내가 지금 기분이 나쁜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갔더라면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한편 고인은 생전 악플에 시달리며 힘들어했습니다. 2019년 10월 스물다섯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페르소나: 설리'에는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고인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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