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다치는 영양사들…10명 중 8명 “업무 과도하게 많다”
학교 영양사 10명 중 8명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가량은 인력 부족으로 연차·병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했고, 대다수가 어지러움·편두통 등을 경험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지난 9월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 영양사 1044명을 대상으로 ‘학교 영양사 근무여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설문에 응한 영양사 83.3%는 ‘부여받는 업무량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영양사들은 고유 업무 외에도 환기시설 개선, 산재 처리, 위험성평가 및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등 안전 관련 업무 전반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영양사 39.8%는 하루 8시간 이상 일했고 하루 1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도 12.1%였다.
노동시간은 길지만 32.5%는 ‘시간 외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42.2%는 ‘연차·병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로는 ‘대체인력이 없어 급식에 지장을 주기 때문(54.4%)’ ‘급식실 전체 위생·식단·배식·안전사고 우려(36.6%)’ 등이 꼽혔다. ‘업무 스트레스로 일이 힘들다’는 응답도 58.5%에 달했다. 영양사 49.0%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상사, 교육청 직원으로부터 폭언·모욕·협박·갑질 등 인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어지러움·편두통·이명 등 작업환경 관련 불편함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82.4%에 달했다. ‘근육·인대파열·골절’ 등 경험은 33.5%, ‘화상’ 경험은 10.6%로 나타났다. ‘산재를 신청해봤다’라는 응답은 2%에 불과했는데, 그 이유로는 ‘판정을 못 받을 것 같아서(26.8%)’ ‘절차를 모르거나 번거로워서(10.9%)’ ‘관리자의 문책과 불이익이 우려돼서(8.3%)’ 등이 꼽혔다.
학교조리사처럼 영양사도 폐암 위험을 높이는 열악한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32.1%는 영양연구실에 외부 연결 창문이 없고, 47.7%는 공기청정기나 제습기를 보급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영양사가 조리실·식당에서 현장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은 ‘2~3시간(38.9%)’ ‘3~4시간(19.0%)’ ‘4시간 초과(8.5%)’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교육부가 전국 학교영양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폐CT 검진을 받은 1079명 중 18.9%(250명)가 폐결절 소견을 받았다. 폐결절은 초기 폐암 병변일 수 있어 추적조사가 필요하다. 3명은 폐암 확진을 받았고 4명은 의심 진단을 받았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처우개선 없이 (산업안전보건업무 등) 업무만 전가하는 교육당국은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교육당국은 이제라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헌신한 학교 영양사들의 처우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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