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예산만 콕 집어 대규모 삭감 … 칼질한 5100억 어디에 반영했나?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11월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전북 새만금 예산 삭감과 관련해 상임위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전원 퇴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새만금 예산 삭감이 당연하다면서 버텼고 여당은 새만금 예산 표결을 거부하면서 전원 퇴장했다"고 주장했다.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이 무려 78%가 삭감되면서 지난 수 개월 동안 분출됐던 전북도민의 절박함은 논외(論外)의 대상이었던 것일까?
아무튼 새만금잼버리 대회 직후 갑작스런 새만금 주요 SOC예산 삭감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며 전북 정치권에서도 사전 징후를 파악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유독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만 정부여당이 유례없는 ‘예산칼질’을 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당위성이 제기된다.
어떤 절차를 거쳐 새만금 관련 예산만 삭감했나?
첫째 의문은 어떤 이유에서 기재부가 “새만금 관련 예산만 콕 집어내 삭감했는가?”이다. 국책사업 예산을 과연 어떤 절차를 거쳐 80% 가까이 삭감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 수없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다른 지역의 공항, 철도, 고속도로, 항만 등의 사업과 비교해보면 새만금 사업 예산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삭감됐는지 알 수 있다.
먼저 공항 건설 사업을 살펴보면 대구경북 신공항건설 사업 100억, 가덕도 신공항건설 사업 5363억,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충남서산공항은 10억 원 등 대부분 사업들이 각 부처 요구안의 100%가 반영됐다.
가장 눈에 띠는 사업은 가덕도신공항 사업이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부처 요구액 1647억 원보다 3배 이상 많은 3716억 원이 더 늘어난 5363억 원이 내년도 정부예산안으로 반영됐다.
그런데 유일하게 새만금국제공항은 무려 89%가 삭감됐다. 내년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새만금국제공항은 예산은 66억원으로 국토교통부가 요구한 580억 원 가운데 약 11%의 쥐꼬리만 반영된 것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2024년 6월에 착공해 오는 2029년에 개항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예산 삭감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새만금과 전주를 잇는 고속도로 사업의 경우 부처 요구액 1191억 원 가운데 기획재정부 심사 단계에서 약 800억 원이 삭감됐다. 새만금신항만 건설(1-1단계) 사업도 부처 반영액 1677억 원 중 무려 1239억원(73.9%)이나 삭감됐다.
철도 사업의 경우도 내년도 대구산업선 철도건설 2419억 등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41개 사업이 모두 100% 반영됐지만 새만금항 인입철도는 계속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왜 새만금사업에 대해 이처럼 가혹하게 예산을 삭감해야 했을까?
기재부도 모르는 새만금 예산삭감?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파행 직후 기재부가 별도의 회의를 통해 새만금 예산을 칼질을 했다”며 기재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지만 “한번 확인해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니까 새만금 예산 삭감은 잼버리 파행과는 무관한 일이며 일시적으로 예산 투입이 줄어든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새만금 빅픽처'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 새만금 기본계획 재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덕수 총리를 비롯해 기재부는 새만금예산의 대폭적 예산삭감이 어떤 연유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해 딱 떨어지는 설명이 지금까지도 없다. 만에 하나 ‘묻지마식 예산 삭감’이라면 국가적으로도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없고 삭감은 당연하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예산을 삭감해 놓고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방관하고 있다는 태도에 있다. 안호영 국회의원은 13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의 예산 심의와 관련해 “정부는 여전히 새만금 예산 삭감이 당연하다면서 버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통령이 국민의 절규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고 전북도민과 전국 향우 등 5000여 명이 국회 본관 앞에서 “새만금 예산을 살려내라”고 거칠게 항의했음에도 정부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의문은 ‘잼버리 파행과 국책사업 예산 삭감과는 어떤 관계가 있느냐?’이다.
지난 8월 초 새만금잼버리가 파행적으로 막을 내리자마자 집권여당은 파행의 책임이 전북에 있는 것처럼 마녀사냥식 공세를 펼쳤다. 마치 전북도가 잼버리를 빌미삼아 11조 원의 국가 예산을 빼먹은 것처럼 묘사하면서 전북도민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 잼버리 논쟁이 한창일 때 기재부는 소리 없이 새만금 예산을 싹둑 잘랐고 국무총리는 새만금의 기본계획을 다시 그리려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세계적 대회인 새만금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끝났다면 뒤이어 진행될 국제대회를 앞두고 원인과 대책을 찾아 반면교사하면 될 일이다.
그래서 감사원감사도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결과도 나오기 전에 새만금예산 삭감은 비밀 군사작전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잼버리 파행을 경고했던 수많은 '위기경고'는 무시됐고 마치 파행으로 끝나기를 바란 것 마냥 잼버리대회가 전북 새만금에서 치러진 것을 빌미삼아 전북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새만금 예산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깎은 것이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새만금 부처반영 5000억 원은 어디로?
세 번째 의혹은 ‘새만금에서 깎은 5000억 원의 예산은 어디로 사라졌는가?’이다.
새만금에서 깎은 예산을 과연 어느 사업에 몰아줬는가? 라는 질문이 이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질문의 당위성은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이며 기재부가 칼질을 하기 직전까지 새만금주요 SOC 10개 사업과 관련한 중앙 부처 반영액은 6626억 원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재부 심사 과정에서 5147억 원(78%)이 삭감된 1479억 원만 정부 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가 예산을 누군가의 의도대로 사용한다면 ‘정치’는 실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이 한 말을 인용해본다. 그는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 for the society)”이라면서 현 사회에서 주요한 가치는 자원이고 ‘자원의 권위적 배분’은 ‘예산의 권위적 배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산의 권위적 배분 과정은 일부 정치인들이, 일부 관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국민적 동의, 정치적 합의 등 이해와 설득의 과정이어야 할 것이고 그것이 '정치'다.”라고 했다.
국책사업 예산은 농락 대상 아녀
그렇다면 새만금 주요 SOC예산의 일방적이고 대폭적인 삭감은 올바른 정치 행위에서 크게 벗어난 행위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또한 최소한의 정치적 합의가 없는 일방적이고도 대폭적 예산삭감은 ‘정치’ 아니라 누군가 뒤에서 숨어 국가미래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합당하게 배정돼야 할 국가 예산을 가지고 농락한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놓고 대통령을 비롯해 온 나라가 초긴장 상태다. 엑스포의 부산 유치는 비단 부산의 발전만이 아닌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부산엑스포 유치는 전 국민적 바람일 것이다.
뜬금없는 '메가 서울론'이 비판을 받듯 어느 한 지역의 치우친 발전이 아니라 전 국토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새만금 역시 부산엑스포 못지않게 국가의 핵심지역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한 지역의 발전을 우격다짐으로 눌러 놓고 다른 지역의 발전을 꾀한다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하는 정책에 불과할 뿐이다.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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