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패스트트랙' 거친 알츠하이머 약, 심각한 부작용 제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패스트트랙'을 등에 업고 임상 3상까지 이른 새 뇌졸중·알츠하이머 약물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주장이 연구자 내부에서 제기됐다. 패스트트랙은 약물 도입이 시급해 우선순위로 검토하고 신속하게 승인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베리슬라프 즐로코비치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의대 교수 연구팀이 제약사 ZZ바이오테크와 함께 임상2상 결과까지 순조롭게 내놓았던 뇌졸중·알츠하이머 치료 약물 '3K3A-APC'에 중대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연구팀이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해왔다는 내용의 113쪽 분량 내부 고발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이언스가 공개한 내부 고발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지원비 3000만달러(약 398억 원)를 받으며 임상2상 결과를 공개한 약물 '3K3A-APC'에서 약물 투여의 결과로 의심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환자들은 임상 이후에도 약물 중독 증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K3A-APC는 즐로코비치 교수 연구팀이 2019년 처음 내놓은 뇌졸중 약물이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유일한 뇌졸중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 'tPA'의 중대한 단점인 뇌출혈 발생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뇌세포를 죽지 않게 보호할 수 있는 약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3K3A-APC를 투여해 뇌 침적과 기억력 상실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고발자 그룹은 3K3A-APC 약물 치료를 도입한 임상 2상 결과, 약물 투여 후 오히려 사망자가 증가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3K3A-APC를 투여받은 66명 뇌졸중 환자 중 6명이 약물 투여 후 1주 안에 사망한 것에 비해, 위약 투여군에서는 44명 중 1명만이 사망했다. 사망률은 한 달 후 고르게 나타났다. 또 약을 투여받은 환자들에게서 치료 후 90일이 지날 때마다 약물에 의존하는 중독 증세와 약물 장애가 나타났다.
3K3A-APC의 임상 보고서를 검토한 웨이드 스미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뇌신경학자는 "약물 투여 단 며칠 만에 사망률이 4배 증가했다"며 "이 약물의 경우 뇌졸중 직후 바로 투여하도록 안내됐기 때문에 환자 가족의 충분한 숙고없이 바로 임상에 투입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명백한 과학적 사기"라고 설명했다.
내부고발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 중 한 명인 매튜 슈래그 미국 밴더빌트대 뇌신경학자는 NIH가 보고서를 검토한 후 임상시험을 중지시키고 즐로코비치 교수 연구팀이 제출한 모든 연구 논문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해야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3K3A-APC에 대한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사이언스에 의하면 NIH는 연구의 무결성에 대한 우려는 인정했으나 그외 의혹에 대해선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내부고발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즐로코비치 교수가 이끈 지난 약물 연구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즐로코비치 교수는 1990년대부터 뇌졸중·알츠하이머 기전 분석과 치료법을 제시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후속 연구에도 그의 논문이 수만차례 인용되는 등 이 분야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즐로코비치 교수 연구실에 있던 전 연구원 4명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부고발자들이 발견한 이상 징후는 우연이 아니다"라며 즐로코비치 교수 연구실에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문화가 팽배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사전에 세운 가설에 맞는 결과만 나오도록 데이터를 조작하기 위해 임상시험이 완료된 후 연구원들의 연구실 기록을 바꾸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며 즐로코비치 교수가 소속된 USC는 "연구 진실성과 관련된 주장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내부고발보고서의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즐로코비치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지만, 변호사단을 선임해 대학 측의 조사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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