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 시장 장악 위해 애플에 수익 36% 줬다"

윤현성 기자 2023. 11. 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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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 소송으로 계약조건 공개…연 수십억 달러 건넸다 증언
검색 엔진 점유율 95% 차지한 구글…애플과 연합 깨질까
[워싱턴=AP/뉴시스]구글(위)과 애플 로고. 2020.05.21.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구글이 아이폰의 기본 검색 엔진 채택 대가로 애플에 수십억 달러를 건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맥루머스, 나인투파이브맥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이 애플 자체 브라우저인 사파리를 통해 발생한 검색 광고 매출의 36%를 애플에 지불하고 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에서 이날 열린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재판에서 구글 측 증인으로 출석한 케빈 머피 시카고대학교 교수가 증언 과정에서 이같은 수치를 공개했다. 머피 교수가 당초 기밀로 유지돼오던 수치를 언급하자 구글의 주요 소송 대리인인 존 슈미들린은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지난 2002년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양사의 합의가 수차례 개정되긴 했으나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 애플 사파리에서 야후, 빙, 에코시아 등 타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사용하려면 사용자가 사파리 브라우저 설정을 자체적으로 변경해야만 한다.

애플은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 엔진을 차지한다는 데서 이해관계가 맞았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으로 완전히 자리잡고 있다. 구글의 입장에서는 아이폰까지 손에 넣는다면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자사 엔진을 기본 기능으로 탑재하게 되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세계 모바일 검색 엔진 점유율은 구글 94.9%, 얀덱스 1.6%, 바이두 1.2%, 야후 0.6%, 마이크로소프트(MS) 빙 0.5%, 덕덕고 0.5% 등이다.

이를 두고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구글과 애플의 계약이 다른 검색 엔진들이 경쟁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닦듯이 구글에서 검색을 한다. 이 정도 습관이 형성되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본값을 바꿔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MS 빙 등을 기반으로 애플이 자체 검색 엔진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당시 애플은 검색 엔진 개발에 흥미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MS 빙이 구글보다 품질 경쟁력이 확실하지도 않고, 구글을 통해 얻는 막대한 수익을 포기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구글과 애플은 양사의 검색엔진 제휴 관련 정보를 비공개해왔다. 정보 공개가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그간 비밀에 부쳤던 구글과 애플의 검색 거래 세부 사항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다.

검색 엔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 유지를 위해 구글이 지불하고 있는 비용은 매년 100억 달러(약 13조원)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애플의 연간 총 영업이익의 15%를 구글이 건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본 검색 엔진 채택에 대한 대가로 애플에만 수십억 달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변수는 구글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소송이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 독점권을 갖고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구글과 애플의 검색엔진 거래는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에디 큐 애플 서비스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 "아이폰의 기본 검색 엔진은 구글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애플은 항상 구글이 최고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기본 검색 엔진으로 구글을 택했다. 다른 유효한 대안이 없어서 배열을 바꿀 수도 없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만약 구글이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20여년 간 이어진 구글과 애플의 거래가 끝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아이폰 등에서 구글을 기본값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기기를 설정할 때 검색 엔진 옵션을 선택하도록 강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구글로부터 받는 수백억 달러의 검색엔진 수익을 잃게 된다면 과거 포기했던 자체 검색 엔진 개발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애플은 AI 책임자 존 지아난드레 부사장을 필두로 검색 팀을 구성해 애플 앱에 대한 차세대 검색 엔진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엔진이 장기적으로 구글 검색을 완전히 대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구글의 검색 독점을 두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항소 절차 등을 고려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수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소송이 전세계 검색 시장을 지배해온 구글의 아성에 균열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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