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155㎜ 포탄 지원 안돼”···美 정부 ‘묻지마 식’ 무기 지원에 반대 여론 확산

선명수 기자 2023. 11. 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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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폭탄 도심 사용, 민간인 피해 우려”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알부레이 난민촌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에 고성능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두고 미국 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내 30여개 인권·시민단체들은 이스라엘에 포탄 지원을 중단할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옥스팜 아메리카, 국제앰네스티, 분쟁지역민간인센터(CIVIC) 등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스라엘군에 155㎜ 포탄을 지원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들은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이런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민간인 보호와 국제인도법 존중,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155㎜ 포탄을 가자지구 안에서 사용하면서 국제인도법을 준수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십년간 이스라엘의 최대 무기 지원국이었던 미국은 지난달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자 전폭적인 무기 지원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개전 이후 이스라엘에 GPS 항법 시스템으로 목표물을 추적·파괴하는 소구경 폭탄과 정밀유도탄 등을 지원했고, 비축된 미군 전쟁 예비 물자에서 155㎜ 포탄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도 200만발 이상의 155㎜ 포탄을 지원한 바 있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달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방장관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무기에 조건을 부과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조건도 달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인구가 밀집한 주거지역이 곧 ‘전선’이 된 가자지구에서 위력이 강한 155㎜ 포탄 사용이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인권단체들은 도심에서 고성능 폭발 무기 사용을 제한하는 국제 성명에 미국 정부가 참여한 것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폭발성 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은 지난해 11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채택됐고, 미국은 이 성명에 참여한 83개 국가 중 하나다.

가자지구는 지구상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한국의 세종시(465㎢)보다 작은 365㎢ 면적에 230만명 이상이 모여 살고 있다. 남북으로는 40㎞ 가량 뻗어있고, 동서로는 폭이 5~8㎞에 불과하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면적이 서울의 대략 절반 크기로, 동서 폭은 중구 정동 덕수궁에서 용산 전쟁기념관 정도의 거리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개전 이후 이 지역에 2만5000t 이상의 폭발물을 투하했으며, 이로 인해 전체 주택의 절반 가량인 22만여채가 파괴됐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위대가 연방정부 건물 안에서 휴전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쟁 발발 한 달여 만에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1만여명을 넘어서는 등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미 정부의 기조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앞서 미 국무부 정치군사국 소속 고위 관료가 이스라엘에 대한 ‘묻지마 식’ 군사 지원에 반대하며 지난달 18일 자진 사임한 데 이어, 최근 국무부와 국제개발처 직원 100여명도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지일변도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에 연대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26명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기 지원은 민간인 피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지도부는 우크라이나 지원 때와 달리 이스라엘에 어떤 무기를 보내고 있는지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정보 투명성을 높일 것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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