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연말 美 고용… “추수감사절·성탄 특수도 없다”

“연말 일자리 10년 만에 최저 수준”
美 백화점 메이시스, 지난해 3분의 1 수준 고용

과열됐던 미국 고용시장이 둔화세로 접어든 가운데, 연말 특수를 앞두고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가 껴있는 연말은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이다. 그간 연말을 앞두고 부족한 일손을 채워왔던 미국의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고용을 줄이면서 연말 일자리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뉴저지의 월마트 매장. /로이터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부족한 일손부터 채웠던 미국의 기업들이 올해는 고용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보도했다. WSJ은 인력조달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 자료를 인용해 올해 연말 특수용 구인 광고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유통업체들이 올해 연말 쇼핑 시즌에 맞춰 고용할 노동자 수는 34만5000~44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2021년에 비해 40%나 감소한 수준이다.

11월 말에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있고, 12월에는 크리스마스가 있어 통상적으로 미국 유통업체들은 11월부터 고용에 적극적이다. 지난 2021년 연말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는 직원들이 친구나 가족을 소개할 경우 최대 5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하면서 고용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메이시스는 연말에 채용할 인원을 지난해보다 3000명 줄였다. 연말 쇼핑 시즌에 택배량이 폭증하는 미국 연방우체국(USPS)의 경우 지난해 고용했던 인원의 3분의 1 수준만 연말에 고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로 올해 연말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NRF는 올해 연말(11월 1~12월 31일) 소비자들의 지출이 3~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소비가 5.4% 성장했고, 2021년에는 12.7%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하다.

두 번째로는 소매업체와 물류업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겪었던 인력난을 대부분 해소했다는 것이다. 현재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직원들의 근무 시간은 연말에 소폭 늘리면 쇼핑 시즌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업들은 보고 있다.

최근 미국 고용시장 과열은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0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5만 건 늘었다고 지난 3일 밝힌 바 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7만 건)를 밑도는 수준이다. 고용은 줄었는데, 실업률은 높아졌다. 미국의 10월 실업률은 3.9%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 고용시장에 불어닥친 냉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구인이 힘들어지자, 기업들은 인건비를 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편의점 등에 무인 계산대가 많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미 식품산업협회(FMI)에 따르면 지난해 식료품점 거래의 3분의 1이 무인 계산대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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