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기여한 '유전자변형마우스'…이제 韓도 수출국

윤현성 기자 2023. 11. 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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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 성과 발표…쥐 500종 새로 만들어
첨단 바이오에 필수인 마우스 인프라 구축…모델 동물 제작 지속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KMPC)은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0년간의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실험용 유전자변형마우스의 모습. (사진=KMPC)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항상 다른 나라의 것을 받아오기만 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유전자변형마우스(GEM) 수출국이 됐습니다. 과거 만악의 근원 같았던 '마우스(쥐)'가 이제 인류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KMPC) 단장을 맡고 있는 성제경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난 10년 간의 사업 성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KMPC는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0년간의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KMPC 사업은 오는 19일 기존의 사업단 활동이 종료된다.

KMPC는 10년에 걸쳐 약 1700억원을 투자해 GEM 제작 및 보급, 마우스 종합정보 포탈(MOP) 구축, 마우스 표현형 분석법 국제 공유, 마우스를 통한 인체 유전자 분석 연구 등을 수행해왔다.

일종의 '실험용 쥐'라고 할 수 있는 GEM은 첨단 바이오 산업에 있어 필수적인 자원이다. 쥐와 인간의 유전자가 99% 유사하고, 질병 관련 유전자도 90% 가량 공유하는 만큼 사람의 생로병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우스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가장 많은 비용이 필요한 과제인 만큼 대부분 선진국을 중심으로 추진돼왔다. 이에 KMPC는 우리나라도 자체적으로 GEM을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GEM은 수정란 단계에서부터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몸 속 모든 세포의 유전자가 변형된 상태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GEM을 분석하면 특정 유전자가 변형됐을 경우 어떤 병변이 생기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쥐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99% 유사한 사람의 병변까지 이해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뉴시스]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KMPC) 단장을 맡고 있는 성제경 서울대학교 교수가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년간의 사업단 주요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실제로 KMPC는 지난 10년 간 GEM 인프라를 구축하며 퇴행성질환, 면역계, 비만, 난청, 정신질환, 유전질환 등의 병변을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마우스표현형분석'을 통해 유전자가 변형된 GEM이 보이는 해부·생리·병리적 질환 특성을 분석해 결손 유전자의 기능을 해석하는 작업에 초점을 뒀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 중 하나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이었다. 일반적인 쥐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데, KMPC는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 3800여마리를 만들어 국내 개발 치료제의 예방 효과를 실험하는 데 기여했다. 이를 위해 KMPC는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코로나19 연구용 마우스 신규 모델 4종을 새롭게 개발하기도 했다.

팬데믹이 심화됐을 당시 생명공학 선진국들은 자국 보호를 위해 코로나19 실험을 위한 GEM 공유에 소극적이었는데, 자체 제작 마우스로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KMPC는 마우스 관련 국내외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화 한 종합 정보 포털을 구축해 국내 연구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마우스표현형분석컨소시엄(IMPC)에 참여해 국제공동연구도 추진 중이다.

KMPC는 지난 10년 간 500여종의 새로운 GEM을 제작했다. 사업 초창기에는 우리나라 전체에서 1년에 10종도 만들지 못했지만 이제 생산 능력이 500% 이상 늘어났다. 특히 이렇게 개발된 GEM들이 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종들인 만큼 이 중 80~90%가 국제 컨소시엄과 공유되고 있다.

기존의 사업단 활동 자체는 종료되지만 KMPC는 바이오 분야 책임기관으로 지정돼 활동을 더 폭넓게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마우스를 넘어 랫드, 미니돼지, 원숭이, 마모셋, 제브라피시, 초파리, 예쁜꼬마선충 등 더 다양한 실험용 모델동물을 제작·보급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성제경 단장은 "고도화된 치료제·백신 개발이나 바이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지난 10년 간 관련 인프라를 만들고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며 "모든 연구자들은 특정 유전자를 연구하고, 갖고 싶어하는 바람이 있다. GEM을 제작하고 표현형 분석까지 한 뒤 이것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까지 연구해서 치료제를 만드는 게 저희 사업단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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