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GG하고 LoL자? 국힘 황당 펼침막 뭇매맞고 철거

박재이 고양특례시이(E)스포츠협회장 겸 국민의힘 노동위원회 위원이 13일 경기도 고양시에 내건 수능 응원 펼침막. 문구를 알아보기 쉽게 사진이 반전돼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내건 응원 펼침막 문구가 논란이다. 게임 때 사용하는 은어를 잘못 이해하고 사용한 탓이다.

국민의힘 노동위원인 박재이 경기 고양시 이(E)스포츠협회장은 13일 고양시 주엽역 인근에 수능 응원 펼침막을 걸었다. 여기에는 “우리 아들, 딸. 수능도 꿈도 지지(GG)하고 놀(LoL)자”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GG’는 ‘좋은 게임’(Good Game)이라는 의미의 온라인게임 은어다. ‘놀(LoL)자’에서 ‘LoL’은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 영문 약자로, ‘롤’이라는 발음이 한국어 ‘놀’과 비슷한 것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펼침막에 대해 누리꾼들은 반응이 엇갈린다. ‘GG’라는 말이 어원과 달리 실제로는 포기나 항복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인기 게임에서는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누군가 패배를 인정할 때 이 말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식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 문화에 익숙한 젊은층을 겨냥한 현수막 문구가 오히려 ‘수능과 꿈을 포기하자’는 의미로 읽힌 셈이다.

박씨의 직함이 고양시 ‘이스포츠협회장’이라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게임을 거의 모르는 정치인들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청년 문화를 정치에 이용하는 행태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 탓이다.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한겨레에 “여야를 떠나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언어를 쓰고, 숟가락만 얹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치는 문제가 있다”며 “이는 오히려 분노만 키울 것”이라고 했다.

청년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리그오브레전드 유저인 김진현(28)씨는 “우리 또래는 누구라도 ‘이상하다’고 느낄 현수막”이라며 “아마 백이면 백 비판적인 생각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고양시이스포츠협회는 “오해의 여지는 있지만, 이 단어의 원래 약자(Good Game)는 ‘좋은 승부였다’는 의미다.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 좋은 승부를 내자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펼침막은 곧 철거됐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