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달라졌다? ‘사법리스크’에 가려진 ‘사이다정치’
野 내부서도 우려…“정책 고민 흔적 없어” “檢 탄압에 위축”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사이다' 캐릭터로 유명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느 순간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말이 야권 내부에서도 나오는 분위기다. 당초 이 대표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대선 후보 시절 각종 정치 현안과 정책에 대해 속 시원한 발언을 하며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에게도 이목을 끌어왔다. 그랬던 이 대표가 최근 들어 민심을 관통할 핵심 어젠다(의제)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사법리스크' 탓에 여권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공격이 이어지다보니, 이 대표의 리더십색(色)이 다소 방어적으로 바뀌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사이다 대신 고구마? 간판 공약 '기본 시리즈'도 잠잠
최근 정부 여당이 연이어 '김포시 서울편입', '공매도 금지' 등 정책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야권 내부에서 이 대표를 향해 '직접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밝혀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그러나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는 여당이 띄운 화두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정책들이 진정성 없는 '총선용 전략'인 만큼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대신 이 대표는 분위기 반전과 이슈 선점을 위해 '3% 경제성장론'을 띄웠다. 앞서 이 대표는 2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재정 확장을 비롯한 경제성장률 3% 회복 달성 방안을 내놓았다. 이후 당 최고위원회의나 원내대책회의 등 공식석상 백드롭(배경)에서도 '성장률 3% 회복' '민생을 책임집니다' 문구를 내걸며 해당 키워드에 집중했다. 또 9일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장을 찾는 등 민생현장 행보에도 주력했다.
다만 해당 정책은 여권은 물론 국민들의 반응마저 차갑기만 하다. 시사저널이 2일부터 14일까지 주요 포털 키워드 검색 지수(최대치 100 기준)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3% 성장론' 검색량 지수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0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트랜드렙 기준, '공매도 금지'가 같은 기간 평균 28, '김포 편입'이 평균 5으로 나온 것에 비해 한참 저조한 수치다. 특히 '공매도 금지'의 경우는 국민의힘에서 정책으로 띄운 6일에만 100까지 치솟기도 했다.
여기에 이 대표의 간판 공약이었던 '기본 시리즈' 정책들도 사장되는 분위기다. 앞서 그는 경기지사 재임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역화폐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후 이 대표는 연 50만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청년들에게 저금리로 최대 1000만원을 빌려주는 '기본대출' 공약을 추진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린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기본 시리즈와 관련한 어떤 메시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재명, 총선까지 '사이다' 이미지 되찾아야"
정치권에선 이 대표로부터 정책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에선 이 대표의 '3% 경제성장론'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시즌2(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해당 정책이 거시적이어서 국민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명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선 때부터 매번 똑같은 공약과 정책들을 들고 나온다"며 "각을 좁히고 국민들을 쉽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추진력과 유능함이 실종된 핵심 원인은 결국 '사법리스크'라는 분석도 도돌이표처럼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이 대표가 다시금 '기본 시리즈'를 띄울 당시에도 "사법리스크 국면을 전환하려는 '방탄' 속셈"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백현동 의혹, 위증교사 혐의 등 세 가지 형사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검찰의 압박을 받으며 성격 자체가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이 대표는 9월 본인의 영장청구 관련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에도 부결을 호소하는 메시지 글을 올려 "이재명답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민주당 재선 의원도 시사저널과 만나 "이 대표가 숱한 검찰탄압에 단식까지 겪으면서 심적으로 위축된 모습도 보인다. 운동권에서 탄압받을 때의 트라우마도 생각나더라"고 전했다.
당 내부에선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심기일전해 '사이다' 이미지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명계 재선 의원은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1%포인트도 안 되는 차이로 아쉽게 졌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최고 득표율로 당선되는 등 민심을 집결시킬 수 있는 저력이 있는 사람"이라며 "당대표로서 신중한 모습도 좋지만, 정책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당 차원에서 보완하면서 적극적 행보를 보이면 내년 총선도 이기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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